저작권은 캔버스에 향기로 감긴다/가현달
새하얀 캔버스 위에 하얀 점 하나 찍혀있어
당신은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았어요
거기에는 분명히 태동하고 있었으니까요
삶이 첨가된 꽃들이 점 위에 만개하게 그려지자
오롯이 나는 붓끝에서 함께 태어났답니다
캔버스 위에 창조되는 것들 속에서 나는
처음 그려진 하얀 꽃송이의 속살에 숨어
태어나고 성장하는 모든 것들을 지켜보았어요
어느 날 누군가가 캔버스의 세상을 훔치려 들었을 때
처음으로 나는 이곳을 지키기 위한 스스로의 소명과
당신이 나에게 가졌던 믿음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 믿음이란 매 순간에 약속의 향기를 묻혀가는 것
나에게로 스며든 향기가 각각의 색깔로 기화하자
그려진 꽃에도 이내 기다렸던 꽃내음이 진동했어요
그리고 향기로 온전히 지켜지는 캔버스 위에서
액화된 물감이 꽃이 되어 피고 지기를 반복하였고
나 역시 당신이 스쳐온 삶의 궤적을 따라 걸으며
지금처럼 그리고 처음처럼 함께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