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에 난 커다란 구멍/가현달
저 커다란 것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다만 방안에서도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었고
비 오는 날이면 눈물 훔치는 어둑한 하늘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젖어 바라보았지만
그때는 지붕에 저런 큰 구멍이 뚫려있는 줄은
정말 알지 못했어요
봄이면 따스한 바람이 거실 커튼사이를 헤매고
향긋한 꽃비가 지붕을 통해서 집안에 내렸고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한낮을 적시는 소나기를 흠뻑 맞으며 행복해했고
젖은 낙엽들이 한쌍의 연인처럼 달라붙는 가을에는
저 구멍을 가득 메우는 사랑스러운 하늘을 볼 수 있었어요
내가 처음 지붕에 난 구멍을 알게 된 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겨울의 어디쯤이었어요
백설의 눈이 거실의 침대에 내리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지만
겨울은 생각보다 공허했고 누구보다 외로웠어요
새하얀 눈이 지붕을 통해 아름답게 내릴 거라
그렇게 단정 지어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겨울은 너무 춥고 또 막연하게 두려웠어요
그때서야 나는 전혀 몰랐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붕에 난 그 큰 구멍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고
그제야 새겨진 마음에 상처도 인정할 수 있었어요
어쩌면 겨울의 찬바람이 나를 나에게로
아픔의 시간이 스스로에게 치유가 되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을까요
그리고서 맞는 첫 봄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지만
적어도 아직 오지도 않은 겨울을 걱정하지는 않게 되었어요
오히려 구멍 난 지붕사이로 내리는 하루의 순간을
순간마다 바라보고 또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