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르르 봄바람

by 가현달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이래이래 걷습니다


참나무 태워 구워내는 통닭 한 마리 지나

가로수 사이로 걸린 봄의 햇살을 맞으

보금자리를 향해 걷습니다


주머니 속 꼬깃꼬깃 마스크는

꼬릿꼬릿 할 거 같아

다행히 필터를 뚫고 들어오는

봄날의 상쾌함을 이길 수는 없나 봅니다


평일 저녁은 어김없이 이 길을 걸어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이 길은 수시로 모습을 바꾸니

어떤 때는 좋다가도 또 어떤 때는 밉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알고 있는 잊힌 편지를 읽듯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하루면 꽤 괜찮을지도

그저 필요한 건 희망 조금과 봄바람뿐


답답한 마스크는 이내 벗어 부끄러이 감추고

가벼워진 양볼로 이것저것 마주합니다

봄바람이 간질간질니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그러더니 나는 간지르르 합니다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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