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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mint Jun 17. 2019

내성적인 사람의 영어공부법

나의 영어 이야기


 유치원 때부터 영어학원은 늘 다녔는데, 20대 후반 해외에 처음 나가서까지도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학교, 학원에서 배운 거라고는 그저 학교 성적을 위한 단어, 문법, 읽기였으니까.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 시험만을 위한 벼락치기 공부를 하다가 사회 나와서 처음 외국계 회사를 들어가게 되었고, 해외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내가 영어회화를 해야 하는 순간들이 여러 번 생기게 되었다. 그때마다 영어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고, 무능력해 보이고, 똑같은 사람인데 나는 왜 바보처럼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결국 그 회사는 오래 다니지 못했고, 어쩌다 보니 결혼하고 해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어려서 그랬는지, 이유 없는 모험 기질이 생겼는지, 남편의 해외에서 살아보자는 제안에 덜컥 오케이를 했었다. 근데 내가 가는 곳은 영어를 쓰는 곳이 아닌 유럽이었다. 어학연수도, 아시아 대륙을 떠나본 적이 없는 내가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공항에서부터 멘붕에 빠졌다. 물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그 쉬운 한 문장을 영어로 만들 수가 없는 거다. 또 자존심은 강해서, 바보처럼 보이기 싫은데, 제대로 된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질 못하니 너무나 답답한 거다. 그때 처음 해외에서 살려면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겠구나 라는 걸 느꼈으나, 도착 후 1년 반 동안은 그 나라 생활 적응과 언어를 강제로? 배워야 했어서 그렇게 영어를 손 놓고 있었다.


 반년이란 기간 동안 그 나라 언어를 새로 배웠는데, 배우면서 어떻게 언어를 익혀야 하는지 감이 안 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학생 때처럼 언어를 공부해서는 안된다는 거였다. 매일같이 학원은 가고 있지만 언어의 구조가 파악이 안 되니 배워도 배워도 밑 빠진 독에 물 붇는 느낌이었다. 결국 또 적당한 암기와 눈치로 시험용 레벨만 얻었을 뿐 막상 사람과의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 또 하나 느낀 것은 내가 그 나라 말을 제대로 못 해서 무시를 당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대체재로 영어도 못하니 상대방이 나를 더 무시한다는 느낌을 꽤 많이 받았다. 영어라도 잘하면 무시를 덜하는 느낌.. 그렇게 계속하여 영어를 못한다는 것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찰나 미국에 갈 일이 생겨, 일도 처리하고 여행도 할 겸 가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 해외에 조금 살았으니 아주 기초적인 영어는 익히게 되어 자신감이 전보다 생겼던 시기였다. 그런데 미국에 가니 영어가 하나도 들리지 않고, 게다가 비행기 짐 때문에 약간의 이슈가 생겨 대화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때 승무원이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걸 알고 나에게 꽤나 무례하게 행동했었다. 그 순간 너무 속상하고 화나서 그 일을 계기로 영어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는) 꼭 익히자 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떻게 해야 영어를 익힐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여러 방법이 쓰인 글도 읽어보고 했지만, 한 가지 느낀 것은 자기한테 맞는 방법이 있다는 거였다.


 일단 나는 내 성격부터 파악을 했다.


1. 내성적이다

2.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듣는 것이 더 편하다.

3. 다른사람앞에서 실수하는 것이 싫다.


다들 영어가 늘려면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방법은 기초도 제대로 안된 나에게, 그리고 내 성격에 전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내 영어 익히기 계획은 이러했다.


1. 기초, 중상급까지의 영어문법/영어문장 구조 익히기(grammar in use 사용)

2. 동시에 영어단어 외우기 (picmem  어플 사용 : 암기카드 일일이 쓰고 만드는 것이 귀찮아서, 어플을 통해 단어 장책을 카메라로 찍어 찍은 사진을 보며 반복, 암기했다 https://picmem00.page.link/app)

3. 1,2번이 90% 되었다 생각했을 때, 미드로 계속 영어 듣기+ 쉬운 영어 글 읽기(문장 구조 파악 위함)

4. 모든 생각을 영어로 하기. 혼자 있을 때 영어로 말하기

5. 3/4번의 무한반복


 이 방법으로 1년이 지났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암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문법 사항을 이해하고, 익혔을 때는 그 후에 남은 건 암기뿐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드에서 새로운 문장을 보면 1. 문법적으로 이해하고 2. 암기 이런 순서로 틈틈이 영어를 익히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영어에 익숙해지기 위함인데, 처음엔 외국인 보고 말 한마디도 못하고, 말하려고 하면 너무 떨리고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외국인들과 영어로 가벼운 대화는 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거 같다. 그래서 기초를 저렇게 쌓고 난 후,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일주일에 한 번 영어 말하기 수업에 나가고 있다. 여전히 능숙하게 쉽게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뿌듯했다.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영어 말하기 수업에 갔을 때 자기소개를 하면서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했다'라고 말하니 같이 수업 듣는 사람이 되게 놀라면서 혼자서도 그렇게 잘할 수 있구나!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강조하고 싶은 건 각자 성격에 맞는 각자의 영어공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나처럼 내성적이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기초를 단단히 하고, 혼자 열심히 말해보고, 여러 번 말해서 쉽게 문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때쯤 사람을 만나 말하기를 하면 좋은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문법과 문장 구조를 익히고, 기본 영어단어를 익히는 것은 말하기 이전에 기초로 다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기초를 다지는 기간이 1년이 걸렸고, 그 후에는 죽을 때까지 영어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외국인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마 아카데미컬한 능력을 키우려면 시험용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건 아직 계획에 없다. 이제 어느 정도 영어가 편해지니, 이제는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고있다. 한번 영어를 익혔다 라는 경험이 생기니 자신감이 붙어 다른 나라 언어도 나에게 맞게 배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1. 문법, 문장 구조 익히기(문법책, 칼럼 읽기) 2. 단어 외우기(picmem어플) 중이다.


 나처럼 내성적이고, 성격상 혼자 하는 공부가 편한 외국어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써보았다. 언어를 배우려면 그 언어, 그 나라에 대한 관심+동기가 있어야 언어를 익히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다들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파이팅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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