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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Dec 03. 2024

꼼지맘의 항암음식 만들기 - 총각김치와 시래기국

장금이와 볶음이의 이야기

시댁은 전라도다 어머님의 음식솜씨는 주변의 지인들 중에서도 손맛이 좋고 음식을 잘하신다. 특히 된장과 장맛은 일품이다. 고추장은 보통이신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된장과 장 특히 집에서 만든 액젓으로 거의 모든 음식을 만든다. 그럼 맛있다.  또 하나 김장김치도 맛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묵은지의 맛은 정말 최고다.  우리 집 식구들은 맵찔이라 매운 고춧가루를 사용한 김장김치는 잘 먹지 못한다.  그래도  잘 익은 김장김치로 만든 김치찜이나 찌개는 매워하면서도 잘 먹는다. 대신 두부를 넉넉히 넣어 먹으면 괜잖다.  매워 잘 먹지 못하는걸 어머님도 아시지만 한해 걸러  매운 김장김치를 만난다. 아주버님댁의 가족들은 매운 김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해는 매운 김치 한 해는 덜 매운 김치를 담그신다. 나름 공평하게 자식사랑을 하시는 거다.  


김장김치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농사를 지어 김치를 만들기에 매운고추를 한쪽에서 키워도 맵지 않은 고추까지 매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한해는 맵게 한해는 덜 맵게 먹고 있다. 우리도 나름 먹는 요령이 생겨서 잘 먹고 있다.

항암치료 중에도 먹을 수 있었던 음식

내가 암을 만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음식을 가려먹거나 잘 먹지 못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먹기 힘든 음식이 배추김치였고, 간이 많이 된 김치종류들이었다. 항암치료의 휴식기나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난 뒤에는 간이 약한 국물이 있는 김치 예를 들어 백김치, 동치미, 열무김치들 중 간이 약한 김치들은 조금씩 먹을 수가 있었다.


열무김치와 총각김치

집에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없을 때 (음식을 하는 냄새로 구역감이 있을 때는 그냥 외식을 했다) 열무김치와 양념이 덜 된 총각김치등이 있을 때면 꼭 먹어본다.  그리고 내가 먹을 수 있는 김치라면 (구역감이 심하지 않은 김치들이 있다.)  식당 사장님께 부탁해서 김치를 사가지고 온다. 그렇게 단골인 식당도 있었다.  대부분 국물이 많은 열무김치와 총각김치들이었다.  그리고 어머님이 나의 항암치료기간 동안 매번 보내주신 동치미가 내가 먹는 유일한 김치종류들이었다.  동치미를 제외한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들은 항암부작용이 심할 때는 먹지 않았다. 대신 동치미는 항암치료기간 중 하루도 빼지 않고 거의 매일 작은 크기로 2~3개씩을 먹었다.


장금이와 볶음이


우리 집은 나와 남편이 번갈아 가면서 요리를 한다. 남편은 찌개나 조림, 김치종류를 나는 볶음이나 찜요리등을 주로 한다. 남편은 퓨전음식이나 서양음식에는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가 그런 음식들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 이유는 만들고 나면 예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님상이나 파티음식으로 근사한 것도 있다. 특히 내가 자신 있는 음식은 볶음요리다.


남편은 김치와 장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나도 관심이 많긴 하지만 남편만큼 열심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과 실천은 덜한듯하다. 내가 항암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어느 정도 회복을 하고 음식에 대한 생각과 실천을 하면서 남편도 예전부터 생각했다는 김치 담그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남편에게 김장금의 카테고리가 생겼다.


총각무가 한창 좋을 때 우리의 관심사는 총각김치를 담아보는 것이었다. 첫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남편도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과 스케줄을 잡고 금요일 알타리를 3단 샀다.

김치 담글 재료들도 함께 구입을 했다. 토요일에 담그자는 계획이었다.  토요일 아침 나는 매주 토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하는 점자촉각그림동화책 만들기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집에 오니 남편이 알타리를 깨끗하게 씻어 놓았다. 나는 파를 손질했다. 양념을 넉넉히 해서 파김치도 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치 담그기

김치를 담그는 80%는 손질작업인듯하다. 재료손질이 끝나면 양념을 만들고 버무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알타리가 좋아서 무청도 싱싱하고 깨끗하다. 남편은 알타리손질을 한 뒤 소금에 절여두고, 무청도 깨끗이 씻어 삶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삶아놓은 무청으로 점심에 먹을 시래깃국을 끓여놓았다.  지금까지 먹은 시래기국중 가장 맛있었다.


늦은 저녁에 잘 저려진 알타리 무를 남편의 첫 김치양념으로 버무려 총각김치를 완성했다.  우리 집 김장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틀 동안 실온에서 숙성을 시키고  아삭하고 맛있는 총각김치와 시래깃국을 함께 먹었다. 어떤 음식에나 잘 어울린다.  항암음식으로 시래기는 아주 좋은 식재료이고, 장내 세균에게 좋은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가 많은 무도 면역력과 항암에 좋은 식재료들이다. 그러니 이 두음식은 아직은 암환자인 나에게 매일 먹어도 좋은 항암음식이다.


남편이 김치를 담그려는 이유 중 하나가 너무 간이 세지 않게 만들고 싶어서이다.  지금까지 4번의 총각김치를 담그고 먹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이 좋아하고 잘 먹을 수 있는 총각김치의 레시피를 찾고 있다. 어느 정도 완성단계인듯한데  아직은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총각김치가 간이  세지 않고 짜지 않아 샐러드처럼 먹는다. 나도 아이들도 총각김치를 먹는 양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밥 없이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간이기에 부담도 없다.  


우리 집도 김치냉장고가 2개가 되려나?

요즘 남편과 김치냉장고를 하나 더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알타리가 나올 때  좀 넉넉히 총각김치를 만들어 두어야 할 것 같아서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시래기도 김치냉장고에 있는 총각김치도 우리 가족의 겨울을 넉넉하고 기분 좋게 해 준다.

남편이 만든 총각김치와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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