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큰아이와 함께한 요술 같은 산책, 감사로 물든 하루”
카페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전날 저녁에 만들어둔 반찬들을 거의 다 먹었다는 게 문득 생각났다.
아침 루틴을 다듬겠다고 점심 반찬은 만들지 않은 채 서둘러 카페로 나왔던 것이다.
며칠 전부터 큰아이와 남편이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은 그걸 먹자고 마음먹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중국음식 어때?”라고 물었다.
두 남자는 유니자장을, 나는 해물과 야채가 조금 더 들어간 삼선자장을 주문했다.
한입 먹자마자 ‘참 맛있구나’ 싶었는데, 두세 번 먹고 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장면을 먹고 나면 속이 늘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엔 남편 그릇에서 한 젓가락만 얻어먹곤 했는데, 오늘은 내 몫을 따로 시켰다.
결국 절반은 남기고 나왔다.
이렇게 탄수화물만으로 식사를 마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남편은 하던 작업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며 먼저 작업실로 복귀했다.
나는 큰아이와 동네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내 속이 불편할까 봐 먼저 산책을 하자고 제안한 큰아이의 마음이 고맙고 감사했다.
(큰아이의 오후 일정에 러닝머신 1시간 운동이 있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고마웠다.)
오늘은 매일 걷던 코스 대신 새로운 길로 가보기로 했다.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 여긴 내가 태어나서 처음 밟아보는 길이야.”
“와~ 멋진 말이다. 정말 그렇네. 여긴 엄마도 태어나서 처음 밟아보는 길이야.”
“이 벤치도 처음 앉아보는 곳이고, 이 나무도 처음 보는 나무잖아.”
“태어나 처음… 정말 근사한 말이야. 네 덕분에 멋진말을 알았네 고마워 ”
우리는 옆 아파트 주변을 걸으며 마치 탐험가가 된 듯, 놀이터와 나무, 조경들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정말 감사하고, 요술 같은 하루였다.
오늘의 감사일기
함께 걸어준 큰아이에게 감사합니다.
‘태어나 처음’이라는 요술 같은 말로 특별한 산책을 선물해준 그 마음에 감사합니다.
따스한 햇살과 상쾌한 가을 공기에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