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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Feb 19. 2021

집에는 끊임없이 돈이 들어간다

뜬금 없는 유리창 깨짐, 자파 현상을 아십니까

최근의, 어느 따뜻한 날이었다. 분명 아침에는 꽤 추웠던 것 같은데 낮에는 맑디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고, 따뜻하다 못해 다소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이 겨울 날씨임을 무색하게 하는 평온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동네 산책이나 할 겸 밖으로 나갔고, 간단히 먹을 것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여느 때처럼 조용한 집이 우리를 반겼다.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린 것은 나의 신기(!)였을까? 그 날따라 블라인드를 열어놓고 햇살을 즐기고 싶었다.


가로 1700 - 세로 1600 크기의, 일반 가정집에 넣기에는   크기의 통창을 대로 쪽으로 과감하게  덕분에, 보통은 블라인드를 내리고 사는 중이다. 프라이버시도 문제지만 창이 커서  햇살이 강하게 들어오는 편이라 평온한 수면을 위해 일반 블라인드와 암막 블라인드를 이중으로 설치해 두었다.


창에 밀착된 암막 블라인드를 올리는데 어쩐지, 일반 블라인드 위로 가느다란 선의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그림자일까 - 뭔가 전깃줄 같은  창문 앞에 늘어져 있나?


으악, 다시 보아도 섬뜩하기 그지 없다. 바로 저 큰 유리창에 쩍- 하고 금이 간 것. 일반 블라인드 안쪽의 암막 블라인드를 항상 내려놓기 때문에 언제 깨진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유리의 바깥쪽에서 깨진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깨진 거였다. 밖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부딪쳤다면 저런 모양으로 깨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안쪽에서 부딪친 적도 없고, 심지어 창문 가까이 가는 경우도 별로 없는데 대체 왜?!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명확한 것은 큰 돈이 깨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집을 지을 때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부분 중 하나가 창호였고 (참고글: 단독주택 고치는 데 대체 얼마가 듭니까?) 그러다 보니 그 중 가장 큰 창 중 하나가 깨진 걸 보고 망연자실했다. 그렇지 않아도 명절 근처라 돈이 억수로 들어가는데 말이다.


여기저기 찾아 보니 생각보다 이런 현상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저렇게 안쪽에서 유리가 깨지는 것을 '자파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파괴'이라는 뜻으로, 그러니까 단어는 그럴듯한데 결국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미다. 알라딘에 나오는 마법사와는 관련이 없다


좀더 자세히 뜯어보니, 강화 유리나 단열 기능이 높은 다소 비싼 유리에서 오히려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런 유리에 단열 필름을 붙이거나 했을 때, 열의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햇살이 뜨거운 여름날에 자주 발생한다고. 가끔 샤워 부스의 강화 유리가 박살이 났다는 사연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자파 현상의 일종이다. 우리 집의 유리창에 발생한 현상과는 다소 모양도 다르고 원인도 다르겠지만 말이다.


설치한  4 정도밖에 되지 않았건만 유리창을 갈아 끼우게  줄은 정말 몰랐는데, 보통 유리창의 A/S (그런 조항이 있다면) 2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쌩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건축사무소에 연락해서 창문 업체에게 견적을 받아보니 200만원이 조금 안되는 금액이 나왔다. 각오했던 정도보다는 적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까운  사실이었다.


보통 이런 견적은 창문의 가격보다 - 물론 운이 나쁘면 창문이 그다지 크지 않아도 원가가 비싸게 나오기도 한다 - 인건비, 사다리차 비용 등이 많이 들어간다. 사다리차는 20만원 내외로 보통은 몇시간 단위로 사용료를 낸다. (반일/종일 등) 1층 창문이라면 사다리차가 필요없어서 좀더 비용이 절약될 수 있었지만 2층이었고, 인건비는 시공 업자들의 비용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의 창은 크기도 크고 무겁기도 해서 인부가 세 명이 와야 했기에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Y가 열심히 찾아본 결과, 업체마다 견적이 매우 달랐다. 어차피 특수한 유리가 아니라면 제작하는 공장은 대동소이하고, 인건비와 커미션 등의 요소가 좀더 차이가 크다. 오히려 KCC 등의 유리 업체는 오히려 유리 자체만 취급해서 설치나 수리 등은 하지 않는 곳이 많았고, 설치까지 하는 곳은 별도의 업체가 따로 있었다. 결국 우리는 처음 받았던 견적의 반도 되지 않는 곳에서 무사히 견적을 받아 잘 설치했다.



아파트 관리비에 항상 '장기수선충당금' 포함되어 있는데, 단독주택도 장기수선충당금이 필요하다. 이번 일처럼 뭔가 수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특별히 사는  불편함이 없다고 해도 외벽 페인트를 칠한다든지 벽지를 새로 한다든지 하는 크고 작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매월 조금씩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고치고 수리하는 일은 언제 일어날지  수가 없으므로.


*브런치북도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구독과 라이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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