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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또 Aug 06. 2021

춘식이를 아시나요?

춘식이와 칠득이를 통해 흐르는 세대 공통 DNA

춘식이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라이언(RYAN)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라이언은 카카오프렌즈에서 창작한 동물 캐릭터예요.


얼핏 보기엔 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갈기가 없는 수컷 사자입니다. 사잔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이름이 LION 이 아니고 영미권 남자아이 이름인 RYAN 이라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춘식이는 바로 이 라이언이 키우는 고양이 캐릭터인데요. 버려진 유기묘를 입양해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캐릭터를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춘식이 그림일기 트위터]


최근엔 트위터에 '춘식이 그림일기'라는 계정을 오픈해서 월드스타를 꿈꾸는 예비스타로서 일기를 공유하고 있어요. 화려한 컬러에 농염한 댄스실력까지. 쳐다만 봐도 입사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그림체'와 '글씨체'인데요.


원래 라이언은 똘망똘망하면서도 최소화되어 있는 짙은 선이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요. 트위터에 나타난 춘식이는 그림체며 글씨체가 뭔가 삐뚤삐뚤하면서 그리다만 듯한 느낌도 들고, 뭔가 허술해 보이기도 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춘식이 뿐 아니라 카카오톡 인기 이모티콘에도 이런 대충 그린 것 같은 이모티콘이 인기입니다. 10-20대에서 인기인 '다꾸'(스티커로 다이어리 꾸미기)에도 대충 그린 듯한 캐릭터는 또 등장합니다.


왜일까요?


알고 보니 MZ세대는 어눌한 듯 부족한 부분에서 오히려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경쟁률이 심한데다 교육열까지 더해져 똑똑한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 되다보니 오히려 약간은 빈틈이 느껴지는 것에더 더 만족감이 느끼게 되나 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새로운 일은 아닌 듯 했습니다.


문득 '칠득이'가 떠오릅니다.


칠득이는 1988년 KBS 주말연속극 '순심이'에서 등장했던 바보캐릭터입니다. 아마 5060 세대에서는 김혜수씨와 함께 나왔던 칠득이(손영춘 분)를 기억하시는 분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미인 김혜수씨와 대비되어 더욱 바보 같이 느껴졌던 칠득이였지만 그의 어수선하고 덜 떨어진 행동 속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따스함이 있었기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였습니다.


[출처 : 유튜브'


'영구 없다! 띠리리리리리,안냐떼여' 의 영구(심형래 분) 또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1988년 유머 일번지 '영구야 영구야'의 캐릭터로, '여로의 영구'를 패러디한 인물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말아톤의 '초원이'(조승우 분), 맨발의 '기봉이'(신현준 분), 7번방의 선물에서 '용구'(류승룡 분) 등 영화에섣 바보캐릭터는 꾸준합니다.


왜일까요?

왜 그리다만  그림체가 인기가 있듯, 어눌한 캐릭터가 꾸준한 인기를 누려 왔을까요?


오늘날 MZ세대가 치열한 경쟁이 있듯, 5060 세대 또한 치열한 삶을 살아내야 했거든요. 5060 세대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근대화 세대입니다. (네이버 대중문화사전 참조)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주역이자 부모부양을 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사오정,오륙도 등 고용불안을 온 몸으로 겪고 있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치열함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세대를 관통하는 DNA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내기 위한 치열함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쉼이 있는 시간만큼은 다소 어눌해 보이는 것들이 편해집니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힐링이 되고, 충족감과 만족감이 듭니다. 삐뚤삐뚤한 글씨체,그림체나 드라마나 영화속의 바보는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기에 그런 것들을 통해 평소에 가지지 못하는 어떤 것을 찾으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060세대와 MZ세대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흐르는 공통분모는 분명 존재합니다. 어쩌면 춘식이 그림일기는 '레트로'한 바보인 칠득이, 영구가 '뉴트로'함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닐까요?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맞춰달라는 목소리가 참 크게 들리는 시기입니다. 세대간 표현방식의 다름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입니다.


※본 글은 필자가 (주)임팩트피플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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