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사 Jul 18. 2019

<보라보라 신혼여행> 심장을 찾아주는 섬

에필로그 - 보라보라, 20년 후에 다시 만나!

보라보라의 에메랄드 빛 윤슬을 본 지도 1년이 훨씬 더 지났다. 이 말은 우리가 웨딩마치를 울린지도 꽤 됐다는 방증.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나아갔을까?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Moana)'를 봤다. 사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여흥을 풀기 위해 보려고 했지만 진득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모아나가 바다로 모험을 채 떠나기도 전에 깊은 수면으로 곯아떨어졌다. 그러다가 최근 보라보라에 대한 글을 끄적이면서 '모아나'를 꼭 봐야겠다는 애틋한 의욕이 마음을 저몄다.



영화는 모투누이 부족장 딸이자 후계자인 모아나가 대지의 어머니인 여신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주기 위해 이를 훔친 마우이를 찾아 바다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심장을 잃은 상처로 인해 악마 테 카로 변해 버린 테 피티가 이를 되찾은 후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여신인 본연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과 모험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한 나, 즉 그저 후계자가 아니라 '바다의 항해자'로 성장한 모아나를 보며 우리네 결혼 생활에도 내면 상처 치유와 자아 찾기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심장을 잃고 악마 테 카로 변한 테 피티가 심장을 찾은 후 다시 본연의 모습을 찾는 모습.
바다는 위험하다는 아버지의 우려에 갇혔던 모아나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다로 향하는 모습. 그녀는 모험을 통해 '바다의 항해사'라는 조상들의 얼을 찾고 한 단계 위로 성장한다.

                                    

"당신의 이름을 알아요,

그들이 심장을 빼앗아 갔지만,

당신의 본모습은 변하지 않아요.

알잖아요, 당신이 누구인지."    

- '모아나' OST, 'Know Who You Are'中


대지의 어머니 여신 테 피티

실제로 보라보라 주민들은 대부분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 흠집 나지 않은 천혜의 자연이 주는 풍성함 때문인지 그들은 붉은 욕심 때문에 악에 바쳐 살기보다는 오늘 하루에 감사한다.


보라보라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신경질적이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좀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화내곤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마음처럼 풀리지 않으면 불안하고 조급해져 심장이 콕콕 찌르듯 아팠다.


하지만 보라보라에 펼쳐지는 건 오직 자연이 주는 끝없는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이를 감사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뿐이었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볼 때 들리는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 낭만을 더해주는 모닝커피 한 잔. 그곳에서는 '빨리'도 '잘해'도 없다. 그저 하루를 열심히 살면 된다. 이 모든 아름다움을 즐기며.


보라보라의 아침


'뒤처지면 안 된다',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고 사는 스스로가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잘하겠다고 온갖 욕심을 양손에 쥐고 분노함으로써 진짜 중요한 걸 보지 못하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에 연연해 큰 행복을 놓친 것이다.


결혼은 부모를 떠나 부부로 하나가 되는 모험을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모아나'에서 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로 온전해야 한다. 또한 삶을 통해 사람이 남긴 온갖 치명상으로로 인해 삐뚤어진 내면을 바로 잡아야지만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에게만큼은 순결한 아이처럼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신혼여행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전에는 우리는 수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결혼 전에 더 그렇다. 남들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결혼식이라는 커다란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귀를 닫고 살 수 없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가족, 친구, 그리고 일상생활의 모든 짐에서 분리돼 오직 둘 만 바로 보며 앞으로의 기나긴 모험을 준비할 수 있다.


몸 구석구석에 자리한 상흔의 뿌리가 남아 있다면 뽑아 버리는 게 어떨까?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해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그려갈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P.s 처음처럼, 20년 후에 함께 손잡고 보라보라에 다시 가기로 한 내 사랑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여정을 잘 부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라보라 신혼여행> 1/2 가격으로 교통비 아끼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