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 전 알고 있으면 재미있는 것들
어렸을 때는 유적지를 보더라도 "아 그렇구나"라고 지나갔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리 크게 관심도 없었고 감명 깊지도 않았다. 그냥 이건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말았다. 역사를 배웠지만 시험을 보기 위한 것뿐이지 재밌다는 생각은 없었다. 특히 암기에 약했기에 인물이나 연도를 외워야 할 때는 거친 한숨을 몰아 내쉬곤 했다.
그런데 나이 들고 여행하면서 특이한 건물을 보면 "왜 이렇게 만들었지?"란 생각이 들고, 기념비를 보면 "왜 지어진 거지?"란 의문도 들고, 유물을 보면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지?"등 '왜?'병 걸린 환자처럼 다양한 호기심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보의 바다에서 숨은 이야기를 찾다 보면 그저 평범해 보였던 동상 하나도 참 특별해 보였다. 그냥 볼 때는 화려한 궁전 정도로만 느껴지던 이에서 찬란했던 절대왕정의 숨결과 이후의 패망의 역사의 아픔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미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中-
본론으로 돌아가서 태국 이야기를 해보겠다.
태국은 우리나라와 다른 면이 참 많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국민 성향 자체도 무척 반대다. 그래서 흥미롭다. 더욱 궁금하다.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굉장한 능력으로 보는 우리나라와 달리 태국 사람들은 느긋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한다. 오히려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을 좋지 않은 성품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품 덕이 었을까. 제국주의 물결에서도 한 번도 정복당하지 않은 아시아라는 명예를 가지게 됐다. 태국 왕조 역시 대단히 존경을 받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시절도 있었지만 이때 역시 태국 왕조는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고 결국 왕실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아부다비 왕자 만수르와 맞먹는 재산을 소유하면서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왕족이라고 불리는 태국 왕족. 왕실 재산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약 300억 달러(33조 4천800억 원)로 추정,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태국 왕실은 기업 경영을 무척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네 톱 5위 안에 드는 기업인 시암은행과 시암 시멘트 그룹은 태국 왕실이 20세기 초 투자해 설립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왕실은 시암은행의 지분 23%를, 시암 시멘트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지분 가치는 100억 달러 이상이라고.
뿐만 아니라 국왕의 재산 목록엔 대규모 부동산도 들어 있다. 방콕과 지방에 6683만㎡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 이는 여의도 면적의 대략 23배 정도 되는 어마 무시한 땅이다. 태국 왕은 땅부자 인 셈. 또한 최고급 호텔 체인 켐핀스키의 지분도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정교분리 원칙(국가의 종교 중립성)에 따라 국교가 없지만 사실상 불교국가다. 그중에서도 상좌부 불교신자가 전체 인구의 95%나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불교국가는 아니지만 국왕 역시 반드시, 불교도여야 한다.
아무튼 가장 특이점은 남자들은 일생에 한 번이라도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이 되면 남자는 군대를 가는 것처럼 태국은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의무는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단기출가를 귀찮게 여겨 이를 생략하는 젊은 사람들도 많다고는 한다. 그래도 불교의 영향력은 어마 무시해 태국의 여느 가게를 가더라도 불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태국 하면 쉽게 떠오르는 왓 아룬과 왓 포 역시 대형 절이기도 하다.
*상좌부 불교?
상좌부 불교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가능한 한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교리를 가졌다. 대승불교와 달리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사람들로부터 얻어먹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이에 육식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깨달은 자는 자유로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대승불교와 달리 깨달은 자인 아라한과 부처님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고 믿으며 석가모니가 말씀(마음의 집착을 없애고 번뇌를 소멸)을 충실이 따르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방콕은 타이어로 끄룽텝(Krung Thep), 즉 '천사의 도시'라는 뜻을 지녔다. 원래 방콕은 대안에 있는 톤부리 시의 한 지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상업의 중심지로 번영하면서 태국의 수도가 됐고, 현재는 국제적인 도시가 됐다.
태국은 중국 윈난에서 동남아시아로 들어온 이주민들에 의해 발전된 나라. 정확하진 않지만 10세기경부터 이주를 시작해 13세기 대리가 원나라에 멸망한 이후 본격적으로 태국으로 이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태국 역시 격동의 근현대사를 지났다. 우리나라처럼 군부가 지배했던 적도 있으며 한 때는 끊임없는 쿠데타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태국적인 개혁을 통해 '행복한 국가'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현재 태국은 세계적인 관광 도시이자 외국인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변모한 것이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불같은 성질의 한국 사람과는 달리 태국인들은 '짜이옌(냉정한 마음)'을 도덕 기준의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이에 일상 대화조차 설명과 토론이 매우 길게 하며 다양한 상황판단을 해 실행이 매우 느릿느릿하다. 또 타인과의 정면충돌이나 갈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이처럼 느긋하고 싸우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태국인은 잘 웃는다(평온하고 쉽게 화내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태국은 젓가락보다는 숟가락과 포크를 많이 사용한다. 이는 17세기에 이미 루이 14세의 프랑스와 교류했기에 서구적인 가치관이 은근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태국 식당에서는 젓가락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저렇게 커다란 숟가락과 포크가 나온다. 숟가락도 우리나라 숟가락보다는 크고 깊은 편. 일본 우동을 먹을 때 나오는 숟가락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