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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사 Jun 24. 2019

연애 고자들이 결혼하다!

그중 제일은 사랑이라.

기자 시절 왕왕 듣던 말은 놀랍게도 '결혼해라'는 조언. 야근 시 곧 죽을 사람처럼 밥을 퍼먹고 있을 때면 선배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빨리 결혼해 XX아. 결혼하면 엄청 좋아. 주변에 선배들 봐. 결혼한 선배랑 안 한 선배랑 차이 느껴지지 않니? 결혼한 선배들이 훨씬 편안해 보이잖아. OO 봐. 웃는 걸 봤어?"    


이 말의 요지는 인생을 직장에 모두 파묻고 불행하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과 이룬 가정에서 느끼는 평안과 행복이 있다는 것. 날이 갈수록 선배의 충고가 고맙다. 그 말 덕에 나도 결혼이라는 문을 두드리게 됐기 때문이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대한민국 대표 '연애 고자'였다.

겁이 많아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기자를 그만둔 후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나는 연애세포가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고 다녔을 만큼 마음의 문을 굳게 봉인했다. 그렇게 딸이 밖에서 노는걸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아빠까지 은근히 집에만 있는 나를 걱정했다. 넌 누구 만나는 사람 없냐고.


그러던 중 소개받은 사람이 남편이었다. 내 소개팅 조건은 하나였다. 무조건 착해야 한다고.


소개팅 전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때 그의 서툴지만 착한 마음이 느껴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좋았다. 그런데 첫 만남 때 우리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속으로 '아 망했네!'라고 읊조리며 '점심이나 맛있게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에서 마음이 바뀌었다.



길을 가던 중 꽃가게에 눈이 팔렸다가 '너무 예쁘지 않냐 '고 말하던 참이었는데, 남편은 그런 날 흘긋 보다가 내가 쳐다보자 서둘러 고개를 돌리며 수줍게 다른 소리를 했다. 이 모습에 ‘이 사람은 진짜 착하구나’라고 느꼈다.


이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마음과 여행을 좋아한다는 면, 그리고 나와 같은 연애 고자 분류라는 사실에 굳게 닫혔던 내 마음의 문은 스르르 열렸다. 세 번의 만남 끝에 연애를 시작했고 1년 반 만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누군가 ‘결혼해서 무엇이 좋냐 ‘고 묻는다면, '매일 사랑해서 좋다'라고 답하고 싶다.


20대의 나는 남들보다 더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데 막상 목표에 도달했을 때 그리 행복하지만 않았다. 물론 누군가 나를 부러워하면 우월감에 젖기도 했지만 그건 잠시 뿐,  몸속 어딘 가는 텅 비어져 있어 슬픔이 꾸역꾸역  차올라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여럿이 모인 곳에 있다 혼자가 될 때면 더욱 그랬다. 고약한 외로움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런데 남편을 만난 후 내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드디어 찾은 듯 꽉 찬 행복을 느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소설 'The Missing Piece' 중 한 장면. 몸에 꼭 맞는 한 조각을 만난 뒤 완전한 행복을 느끼는 모습.


그래서일까.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내 마음 같지 않은 행동들이 그렇게 서러울 수 없었다. 그러다 깨달은 건 단순히 꼭 맞는 조각이라고 생각하고 텅 빈 부분을 상대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은 바퀴처럼 따로 온전하게 존재해야지만 함께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피 터지게 싸우는 날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나의 반쪽이기에 함께할 때 완전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힘들 때도 있지만 같이 있어야지만 진정으로 행복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일하다가도 주말이면 늘어진 티를 입고 손잡고 마트에 가 이것저것 시식한 후 집으로 돌아와 요리를 해 먹고 소파에 꼭 안고 누워 늘어지게 한 숨을 자는 것. 이것이 우리가 찾은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사랑은 이토록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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