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히티, '보라보라'를 택한 이유
'지상 최고의 낙원' '남태평양의 진주'. 언 듯 들어도 환상적 경관이 머릿속을 스치는 애칭의 주인공은 바로 타히티 보라보라(Tahiti, Bora-Bora)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인해 세계인들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자리 잡은 타히티 보라보라 섬. 하지만 한국에서는 신혼여행지로 딱 떠오르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생소하다. 심지어 필리핀 보라카이와 헷갈려한다. 거리도 꽤 멀다. 비행기로 14시간 이상을 가야 하며 환승도 두 번 이상해야 한다. 일본이나 뉴질랜드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지만 타히티로 들어갈 수 있으며 거기서 또 보라보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즉, 직항도 없다.
복잡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하필 타히티 보라보라 섬을 택했을까?
처음부터 '보라보라'는 아니었다. 결혼 약속 후 처음 언급된 신혼 여행지는 멕시코 칸쿤. 당시 칸쿤은 올인 크루 시브(All inclusive : 주로 몰디브에서 사용되는 밀 플랜(Meal plan)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는 물론 술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제도)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었다. '신혼여행은 무조건 휴양 지지!'라고 손바닥을 맞춘 우린 수많은 휴양지 중 남편의 여행 로망 지인 남아메리카, 그중 칸쿤을 신혼여행지로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이 구체화될 때쯤 칸쿤은 클럽(Club) 문화가 발달된 곳으로 시끌벅적하다는 평을 접했다. 둘 다 조용한 편이고 클럽과는 다소 먼 '집순이와 집돌이‘ 스타일이라 평화로우면서도 경관이 빼어난 곳을 다시 찾게 됐다.
그러면서 인터넷에 검색한 키워드(Key word)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이었다. 즉 세계에서 가장 바다환경이 아름답게 보전된 휴양지를 찾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타히티 보라보라 섬이던 것이다.
이 섬의 사진을 본 순간 나는 무릎을 탁 치면서 "나 예전부터 여기 가보고 싶었어!"라고 외쳤다. 고등학교 때 사춘기였던 나는 폭발하는 감수성을 문학으로 풀었다. 특히 강렬한 드라마가 담겨 있는 해외 고전 소설에 빠졌는데 그중에서도 '달과 6펜스'라는 책에 심히 매료됐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음악, 미술 등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던 예술가들의 행보를 동경했었기에 고갱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이야기는 충분히 심장을 뛰게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소설 속에서 묘사된 타히티 섬의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이다. 죽어도 좋을 정도로 천국인 그 섬에 나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다이어리에 고갱의 작품 중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곱게 프린트에 붙여놓기도 했다. 옛 추억과 꿈이 서려있는 그곳에 사랑하는 이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샘솟았다. 남편 역시 죽기 전에 '꼭'가봐야 한다는 보라보라에 대한 호기심이 빛났다. 우리는 또다시 만장일치로 보라보라로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신혼여행을 우리가 보라보라에 간다고 하면 보통 "뭐 보라카이?"라고 아는 체를 한 후, 이내 아니라는 것을 알면 "거기가 어디야?"라고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보통은 왜 그렇게 멀고 힘든 곳을 가냐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인터넷 창에 보라보라를 검색하며 모두 부러움에 찬 감탄을 했다.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이다.
쉽게 도전하기 힘든 만큼 그 가치가 빛난다고 생각해서 일까. 둘 다 미묘하게 '아무나 가지 못하는 곳에 우리가 간다'는 알 수 없는 기쁨에 준비가 상당히 복잡했음에도 보라보라에 대한 기대는 날로 커졌다.
☺ 남태평양의 진주, 타히티 보라보라
남태평양 중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령, 화산성 섬 타히티. 타히티는 폴리네시아 민족의 중심 거주지로서 독자적인 전통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던 중 17세기 이래 유럽인들이 찾으면서 그 아름다운 열대 풍물이 알려졌다. 특히 외래인을 환대하는 주민의 쾌활한 성격에 매료된 유럽인들은 이를 ‘남태평양의 낙원’ ‘비너스의 섬’이라고 불렀다. 또 이 섬의 이국적인 정취는 근대 유럽 사상사에도 큰 영향을 미쳐 당대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에도 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