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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Oct 28. 2020

한 남자의 인생으로 보는 중국의 근현대사, <인생>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한창 대학생들의 시험 기간인 요즘, 다들 시험은 잘 보셨나요? 이제 슬슬 어떤 분들은 시험이 끝나 신나게 인생을 즐기고 계실 테고, 어떤 분들은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책상 앞에서 미래의 인생을 위해 노력하고 계실 테죠. 전공마다 다르겠지만 각 전공마다 공부하는데 어려운 과목들이 있습니다. 이런 과목들은 공부할 때마다 ‘쉽고 재밌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죠. 특히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세계사를 공부할 때 관련 자료를 영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 말이죠. 이번 시간엔 여러분들의 미래의 시험을 위해 그리고 교양을 위해 필요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위의 포스터가 보이시나요? 딱 봐도 어떤 나라의 영화인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된 영화인지 감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인생>이란 제목의 영화로 1995년에 개봉한 중국의 영화인데요. 소설 ‘인생’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 <인생>은 중국의 영화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영화일 만큼 작품성의 측면에서도 흥행의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습니다. <인생>은 중국의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를 전부 다루고 있는데요. 한 남자의 인생이 이 시기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죠. 비슷한 영화로 우리나라의 <국제시장>을 뽑을 수 있겠는데요. <국제시장>이 1950년의 한국전쟁부터 2000년대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그렸다면 <인생>은 중국의 내전 시기부터 마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그렸죠. 그렇기에 이 영화 한 편에 중국의 근현대사가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40년대 – 국공내전


영화는 크게 1940년대, 1950년대 그리고 1960~70년대로 나뉩니다. 그리고 영화는 40년대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죠. 주인공인 푸궤이는 부유했던 지주의 자제였습니다. 그는 매일을 도박장에서 살아갈 만큼 도박에 빠져 살았는데요. 이 때문에 도박으로 엄청난 빚을 지고 있었죠. 이런 푸궤이를 견디다 못한 아내 지아전은 딸 펑시아를 데리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이때 지아전은 아들인 요우칭을 임신한 상태였죠. 이때 푸궤이는 도박 상대였던 룽얼에게 마지막 재산이었던 집문서를 빼앗기게 되고 푸궤이의 아버지는 충격으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결국 푸궤이는 집도 잃은 채 거리로 쫓겨나게 되죠. 아내가 떠나고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푸궤이는 도박을 끊고 근근이 살아가는데요. 변한 남편을 보고 지아전은 자식들과 함께 그에게 돌아옵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푸궤이 가족의 평안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마오의 중국 공산당과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이 충돌하는 국공내전이 발생했기 때문이었죠. 푸궤이는 국민당에게 끌려가 군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국민당이 급히 철수하게 되면서 후배 춘셩과 함께 도망치다가 마오의 인민해방군에게 붙잡혀 포로가 되어버리죠. 다행히 그림자극 인형 덕분에 국민당원이라는 오해는 풀리고 그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뒤였고 딸 펑시아는 열을 앓다가 그만 실어증에 걸린 후였습니다.   

국공내전 이후 마오는 국민당을 대상으로 반우파 투쟁을 벌이게 됩니다.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밑거름이었던 반우파 투쟁 당시 공산당은 국민당 관료들과 함께 민족 자본가들을 잡아들였는데요. 이때 도박으로 푸궤이의 재산을 따간 롱얼이 공산당에게 지주로 몰려 숙청당하죠.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 푸궤이는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을 살아가겠다 다짐합니다. 허나 지주의 아들이라는 출신성분 때문에 불안했던 푸궤이는 인민해방군의 짐꾼으로 활동했었던 증명서를 집에 걸어두고서야 안심하죠.

50년대 – 대약진 운동


마오는 50년대에 소련식 사회주의 산업화를 위해 대약진 운동을 일으킵니다. 농업과 수공업 집단화와 동시에 중공업 건설을 위한 국가 계획이었던 대약진 운동으로 푸궤이는 마을 사람들과 공동으로 살아가게 되는데요. 집에 있던 철 관련 물품들은 모두 뺏기고 공동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죠. 실제로 대약진 운동이 지속될 당시 중국은 수많은 기아자가 나왔습니다. 이는 중공업 건설을 위해 농업에 궁핍을 강요했던 마오의 정책이었는데요. 영화에선 이런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른부터 어린애까지 밤낮으로 혹사당하며 제철 생산 작업을 해야 하는 모습이었죠. 푸궤이의 아들인 요우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일 때문에 잠이 모자라 너무 피곤해 학교를 가기 싫어했는데 푸궤이는 아들을 업어 학교에 데려다주죠. 그러나 학교에 가서도 졸다가 후진하는 트럭에 부딪혀 무너진 담 밑에 깔려 사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트럭을 몰았던 사람은 국공 내전 시기 푸궤이와 함께 다니던 후배 춘셩이었죠. 공산당의 간부가 되어 마을로 오던 중 벌어졌던 이 일로 푸궤이는 춘셩을 용서하지 않게 됩니다.   

60~70년대 – 문화대혁명

아들이 죽은 후에도 푸궤이의 인생은 암울했습니다. 대약진 운동과 함께 마오의 과오로 뽑히는 문화 대혁명이 일어났죠. 세월이 흘러 딸인 펑시아는 공산당원 완얼시와 결혼합니다. 이때 후배이자 아들을 죽인 장본인 춘셩은 당의 주자파로 찍혀 고생을 당하고 그의 아내는 자살하는데요. 춘셩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자신의 모든 돈을 푸궤이에게 건네주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죠. 하지만 푸궤이는 아들을 죽인 춘셩을 용서하며 너는 우리에게 목숨 하나를 빚졌으니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격려해 줍니다.  

세월이 지나 만삭의 펑시아는 병원에 입원합니다. 하지만 당시는 문화 대혁명 시기라 병원에 있던 의사란 의사들은 죄다 반동으로 분류되어 남아있는 사람이 없었죠. 병원을 지키고 있는 건 의사라고 할 수 없는 학생들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문화 대혁명 당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있던 마오는 학생들에게 기성세대들은 반동이니 학생이 주가 되어 혁명을 해야 한다고 선동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숙치 못한 학생들은 세뇌당했죠. <인생>은 이런 비극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딸이 걱정되었던 푸궤이는 완얼시에게 부탁해 잡혀간 의사를 하나 빼와서 진료를 부탁해보자 하여 잡혀간 대학 교수급 전문의를 데려와 진료를 보게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굶주렸던 의사는 푸궤이가 준 만두와 물을 급하게 먹다가 혼절하죠. 결국 펑시아는 홍위병 학생들이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서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펑시아의 아들은 무사히 태어났죠.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문화 대혁명까지 험난했던 중국 역사는 평온한 시대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푸궤이는 노인이 되었죠. 그에게 남은 것은 아내 지아전, 사위 완얼시, 외손자 만터우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끝내며 푸궤이는 한 마디 남깁니다. 만터우가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은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란 말 한마디였죠. 

제가 생각하기에 <인생>이란 영화가 훌륭한 작품인 이유는 작품성도 물론 뛰어났지만 언론과 역사 허무주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이런 작품이 탄생한 것입니다. 만약 이 작품이 시진핑 정권 하 현재에 개봉했다면 개봉은 불가했을뿐더러 관련 인물들은 모두 잡혀갔을 게 뻔하죠. 마오의 과오를 인정하고 경제 개혁을 하고자 했던 덩샤오핑 시대였기에 개봉할 수 있었던 영화 <인생>이었습니다. 물론 덩샤오핑도 정치의 개혁은 반대했었기에 <인생>의 탄생은 놀라울 뿐입니다. 이 영화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지주의 아들이었던 푸궤이가 만약 도박을 하지 않았더라면? 국민당원이었다면? 우연으로 인민해방군 복무를 하지 않았더라면? 등등 수많은 비극이 희극이 되고, 희극이 비극이 되는 인생을 살아온 푸궤이를 보고 우리의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할까요? 인생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역사란 큰 흐름 속에서 한 인물은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영화, <인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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