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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숲 Jul 15. 2021

삼겹살과 치킨의 종말

인식이 먼저일까, 이익이 먼저일까?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을 봤다. 바로 비건 고기 관한 것이다. 비건 고기란 대체 고기로도 불리는데 100%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고기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채식주의 열풍이 일어나면서 대체 고기에 대한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식물성 대체 고기 제조업체인 ‘비욘트 미트’라는 기업이 2019년 이후 미국인의 생활에 안착하게 되었고 맥도날드와 KFC, 버거킹 등의 메이저 패스트푸드 업체에서도 비건 고기 메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존 육가공 기업도 그에 위협을 느껴 대체육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도 비건 고기 붐이 일어나긴 했지만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을 발달로 인해 원가가 많이 내렸고 이제는 고기와 비슷한 맛있는 식감까지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왠지 앞으로 20년이나 30년 사이에 고기를 먹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될 거라는 지나친 공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상황을 가정해보자면 이렇다.


“아빠, 동영상을 보니까 예전엔 사람들이 동물로 만든 고기를 먹었데.”   

   

“그때는 다 그랬어.”     


“먹으면서 죄책감도 안 들었어? 불쌍한 동물들이 좁은 우리에 갇혀서 죽는데, 사람들이 그 동물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단 말이야?”     


“옛날에는 그런 인식이 별로 없었어.”     


“아니, TV에 동물들이 얼마나 가혹한 상황에 처했는지 계속 나오잖아. 그런 걸 보면서 어떻게 동물고기를 먹을 수가 있어?”     


“예전에는 지금처럼 TV에 그런 걸 알려주는 프로가 거의 없었어. 당장 눈에 동물들이 고통받는 모습이 안 보이니까. 별생각 없이 먹었던 거지.”     


“그래도 너무 잔혹해.”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비건 고기가 있을 때가 아니었어. 영양을 보충하려면 동물 고기를 먹어야 했거든.”     


“나였으면 절대 그런 고기를 안 먹었을 거야. 그냥 야채만 먹었으면 되잖아.”     


“너도 그때 그 상황이었으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야. 가족이나 친구들 모두가 고기를 먹는 분위기에서 혼자 안 먹는다는 게 정말 힘들어. 게다가 그 시절에는 우리가 먹는 동물들이 사람과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도 몰랐어.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던 거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걔네도 아플 때 우리처럼 울고 소리 지르고 하잖아.”     


“그냥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 강아지나 고양이들은 언제나 우리 옆에서 있으니까 공감을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소나 닭, 돼지들은 도시에 사는 이상 주변에서 볼 수 없었거든. 고기와 생명 자체를 따로 놓고 생각했던 것 같아. 다들 고기를 먹으면서 그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 거지. 너희 세대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우리 시절에는 그랬어. 하지만 분명 나쁜 일에 가담한 건 맞아. 당장 편하니까 불편한 진실들을 모른 척하고 살았던 거야. 아빠가 어떻게 말을 해도 변명밖에 안 되는구나.”     


“아빠 정말 실망이야.”






우리는 바야흐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중국이나 북한처럼 공산주의 국가도 있고 중동처럼 종교가 다스리는 나라들도 있다. 하지만 1991년에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이후로, 세계는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달리 말하면 기업주의, 소비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자본주의의 꽃은 소비다. 끊임없이 소비행위가 일어나야만 경제가 돌아가고 국가가 돌아간다. 기업들은 소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쫓아다닌다. 기존 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래서 회사들은 항상 새로운 먹거리에 굶주려있다. 그들에게 대체 고기 시장은 아주 유망한 신시장일 것이다. 하지만 기술문제로 인해 그동안 성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까 말한 기사 내용처럼 점점 기술이 발달하고 대체육 생산의 원가가 절감되고 있다. 그에 발맞춰 많은 기업들의 투자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저 유망하다고 해서, 일반 사람들이 그런 제품을 무작정 소비하진 않는다. 대체 고기라고 했을 때 여전히 뭔가 인위적이고 맛이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식품기업들이 광고와 언론을 통해 우리의 인식을 조금씩 바꿔놓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곧 TV에서 소나 돼지가 우리에서 갇혀서 울고 있는 장면이 더 많이 보일 것이다. 광고 마지막에서 유명 배우가 나와서 '아직도 불쌍한 동물을 드시나요? 저희 비건 고기는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으로 실제 고기의 맛을 120% 재현했습니다.’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기존 식품 기업들의 압력으로 인해 그런 광고가 나올 수가 없었다. 그들의 이익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육가공보다 대체 고기시장의 이익이 더 높아질 때 기존 기업들은 움직이게 된다.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인 것이다. 스마트폰이 전자기업의 생태계를 바꿔놓은 것처럼, 전기자동차의 등장이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처럼, 대체육 시장에서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되지 않을까?          



대체 고기에는 아주 강력한 윤리적 명분이 있다. 바로 생명이다. 문화가 발전하면서 점점 공감의 폭이 넓어져가고 있다. 동물권 보호는 이런 시대 흐름에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감싸는 보자기로 그 명분을 계속 내세울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소수의 운동가보다는 기업들의 광고를 통해 대중의 인식이 더 쉽게 바뀌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의 슬픈 점이기도 하다. 돈이 된다면 기업들은 움직일 것이다. 그에 맞는 선전과 기사들을 쏟아낼 것이다. 그에 따라 광고들을 매일 접하는 우리들의 인식이 서서히 바뀌게 되는 것이다.         

       


채식주의 운동이나 동물보호운동은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대다수를 만족시킬만한 대체식품이 없었다. 일부 사람들의 열띤 호소만으로는 일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긴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그분들의 노력을 절대 폄하하는 게 아니다. 애초 그들의 외침이 없었더라면 나중에 주류가 될지도 모르는 그 최초의 인식 자체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겐 높은 차원의 가치보다는, 당장 맛 좋고 값싼 고기가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대체 고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고 값싸면서 건강에도 좋고, 동물의 생명까지 지킬 수 있는 윤리적인 고기가 있다면 안 먹을 이유가 있을까?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예전엔 당연하지 않았을 수 있다. 또한 과거의 행해졌던 행동들이 그때는 야만적인 게 아니었을지 모른다.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니까 당시의 현상이 이해가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런 선입견에 충격을 가하기 위해, 가끔은 이런 식으로 상상의 힘을 빌려 미래의 입장에서 현재를 돌이켜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의 유물론적 공상이었다. 유물론이란 세상의 현상을 물질적 요인들로만 해석하는 것이다. 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그중에 하나의 렌즈를 가지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 감히 예상해봤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인식 자체가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기에 그들을 타도해야 한다는 극단적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 환경이나 동물 보호론자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민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냥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소심한 상상을 해본 것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물고기 순으로 좋아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모두가 고기를 안 먹는 분위기가 되면 나도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되지 않을까?               






[참고 기사] : https://v.kakao.com/v/20210712175801168

[입구 사진 출처] :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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