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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l 06. 2021

코로나19 방역 대응, 생산적인 토론을 위하여

방역은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1. 내가 '방역만능론자'라니...


 우연히 본 어떤 글에서, 내가 예전과 다르게 '방역만능론자'가 되었다는 평가를 접했다. 대충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팬데믹 초기 나는, 코로나19의 위험을 과장하는 한편 거리두기 조치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무시하는 방역당국이나 전문가들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봉쇄 조치, 확진자에 대한 비난과 낙인, 과학적 근거가 약한 각종 수칙들,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 등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감 없이 내비쳤다. 당시엔 소수의견에 가까웠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몇몇 분들이 공감해주며 서로 위로를 얻곤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생각이 달라진 건 없지만, 최근엔 강조점이 조금 달라졌다. 유행 통제를 위해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필요하며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심지어 강력한 방역을 주장하던 사람들조차 '고위험군 접종이 끝나면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해도 된다'는데, 난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 통제되기 전까지 계속"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니 예전 독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다. 


 물론 강조점이 달라졌을 뿐 나로서는 입장의 변화랄 게 없다. 1) 방역은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2) 이를 위해 각 조치의 비용-효과를 분석하여 신중히 시행해야 한다, 3)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도의 원칙을 가지고 거리두기 및 백신 정책을 평가한다. 확진자 수가 증가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혼란이 이미 너무 커진 현실을 고려하여 일정 수준의 개입을 인정한다. 백신 접종은 보건 상의 이득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이득이 크므로 거부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위를 관찰한 후 과할 땐 과하다고, 모자랄 땐 모자라다고 발언해왔다. 


 요컨대 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강조점을 바꿔왔지만 방역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이런 입장이 '방역만능론'인지 잘 모르겠지만, 혹시 내 글에 일관성이 없다고 느끼는 분들께서 참고하시라고 굳이 글을 남겨놓는다. 


(조금 더 구체적인 내 생각은 예전 글 "공동체에 대한 의무" 참고: https://brunch.co.kr/@jjjyo/170)


 


 

2. 의료체계 준비 수준이 핵심

 

 "방역은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는 '현재 감염 규모 대비 의료체계 준비상태'다. 


 바이러스 퇴치가 불가능하다면 어느정도 감염 확산을 허용하되 '커브 납작하게 하기'를 통해 유행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정해진 이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죽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 할 비극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가 넘치게 되면 다른 질환 환자들에 대한 진료도 마비가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행 규모를 낮추는 게 한 편의 노력이라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늘리는 게 또 다른 편의 노력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치명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6월 중순 0.33%에 불과하다. 작년 12월에 3% 가까이 되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백신 접종 개시 전부터 치명률이 감소하고 있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의료체계가 준비된 상태에선 같은 유행 규모여도 더 많은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자연히 치명률도 감소한다. 여기에 백신 접종 효과가 더해지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같은 의료체계로 더 큰 감염 규모를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례에서 보듯 접종률이 웬만큼 올라가도 거리두기가 약화되고 변이가 출현하면 다시 감염 규모가 커질 수 있다(보고서 요약 참고: https://brunch.co.kr/@jjjyo/205). 우리나라는 워낙 감염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에 이전보다 더 큰 유행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섣불리 출구전략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현재 의료체계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여 감당할 수 있는 감염 규모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방역 대응의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준비된 이상의 감염 확산 징후가 감지됐을 때는, 신속하게 의료체계의 역량을 증가시키던지 방역의 고삐를 죄어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 강력한 조치의 효과는 일회적이고 단기적이므로 병상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도 주기적으로 여유 병상 상황을 발표한다(아래 그림). 전체적으로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인데 최근 서울, 경기 확진자가 증가하며 경증 환자용 병상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젊은 층 위주 감염 확산과 고령층 백신 접종을 생각했을 때 중환자병상까지 모자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감염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병상 여력도 사라진다. 


 지난 4월 브리핑에서 일일 확진자 1,000명씩 20일간 발생해도 감당할 수 있는 병상을 확보했고 일 2,000명 발생도 감당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병상 확보 현황을 보면 4월에 비해 10~20% 증가한 수준이니 공언대로 준비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보유 중환자병상은 6월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유행 상황이 안정되고 백신 접종으로 중환자 발생이 줄었으니 병상을 조정하는 건 이해하는데, 언제든 다시 늘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놓을 필요는 있다. 


 

 요약하자면 모든 감염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제공되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 출구전략도 이에 맞춰서 짜여야 한다. 




3. '전문가' 타이틀의 무게 


 이 글 포함, 용감하게도 이런저런 제안을 공개적으로 해왔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내가 전문가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내 이해의 폭은 제한되고 내 시각은 편향되며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이 괜히 발언권을 행사해서 이 중차대한 문제를 다루는 데 혼란만 더하는 게 아닌가 자괴감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론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다. 실력과 태도가 모두 출중한 전문가 분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고 접근법이 다르다. 때론 부정확한 정보를 말할 때도 있고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도 한다. 딴에 경각심을 높인다고 했던 경고들이 불필요한 공포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고 도리어 헛된 기대를 품게 해 신뢰를 상실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틀릴 게 무서워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염려돼서, 비난이 두려워서 모두 다 아무말 안 하고 있으면 더 나은 세상이 올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치열한 연구 후에 목소리를 내고,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되 한계도 인정하며, 부정확한 내용은 서로 바로잡아 주고, 그래도 좁혀지지 않는 시각의 차이는 그대로 두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사실만 정확하다면, 해석은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 서로 소통해야 사회가 발전하고 개인도 성장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철없이 나대다가 받는 부정적인 평가가 썩 유쾌하진 않지만, 또 그런 피드백이 없으면 스스로 돌아볼 기회조차 잃어버릴 테니까, 취할 건 취하고 무시할 건 무시하면서 계속 나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만 않게 애써보련다. 




덧. 긴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매번 하는 얘기지만 정중하고 사려 깊은 피드백은 늘 환영합니다. 


덧 2. 그림과 표는 다 공개된 자료이니 그냥 사용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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