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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Nov 05. 2021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

최근 코로나19 상황 리뷰

1.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발생 추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후 다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손님이 가득 들어찬 식당들, 핼러윈 인파로 북적거리는 이태원 거리, 응원구호가 울려 퍼지는 야구장... 확진자가 안 늘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진자 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11월 1일 이전부터 이미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감소세로 돌아섰던 확진 규모는 10월 18일 소위 '(일상 회복 전) 마지막 거리두기'가 시행된 후부터 다시 커지기 시작합니다.
 

자료: 질병관리청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이동량이 변화하는 양상은 예전부터 관찰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지난해 11월 3차 유행 때는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며 이동량이 팬데믹 이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반면 올 4월 이후로는 거리두기 단계에도 이동량은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4단계를 유지 중이던 9월부터 이미 이동량이 크게 늘었고, 추석 연휴 뒤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3,000명 이상까지 증가했을 때를 제외하곤 사람들이 팬데믹 이전보다 10% 이상 더 많이 이동하였습니다. 아직 지표 상엔 반영이 안 됐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후 이동량이 더 늘지 않았나 예상해봅니다. 


자료: Our World in Data





2. 중증, 사망 발생 억제가 핵심


그런데 사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 자체는 예견된 일이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는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방역 기조를 전환하면서 당국은 더 이상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중증 및 사망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코로나19 중증과 사망은 주로 고위험군에서 발생합니다. 확진자 중에서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계산한 최근 4주간 전연령 확진치명률은 0.6%인데, 60대는 1.1%, 70대는 4.11%, 80대는 13.3%로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반면 20세 미만의 사망자는 없고 20~40대는 치명률이 0.1% 미만으로 위험이 낮은 편입니다.


접종/미접종을 나눠봐도 그렇습니다. 접종을 한 사람은 전반적으로 중증 및 사망 위험이 줄지만, 그중에서도 고령층에 효과가 집중됩니다. 우리나라는 연령별 자료 발표가 늦어서 싱가포르 자료를 가져와 봤습니다. 접종을 한 60세 이상에서 사망(왼쪽) 및 중증 (오른쪽) 확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60세 미만의 경우 접종을 하지 않더라도 원래 위험이 크지 않으며, 특히 30세 미만 미접종자의 중증/사망 위험은 접종을 한 60세 이상 중증/사망 위험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습니다. 


출처: https://www.moh.gov.sg/covid-19/statistics




그래서 확진자 중에서도 고연령층의 숫자를 집중적으로 봐야 합니다. 제일 위 그래프를 보면 60세 이상(짙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영역)의 비중이 점점 커짐을 알 수 있습니다. 4차 유행이 시작될 당시 60세 이상 비중은 10% 미만이었던 반면 지금은 30%에 육박합니다. 절대수로도 600명이 넘어 지난 3차 유행 피크(322명)의 두배에 육박합니다. 최근 위중증 환자 추이에도 이 추세가 반영됩니다. 50세 미만 위중증 환자 비중은 지난 9월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자료: 질병관리청



고령 확진자가 증가하면 자연히 사망자도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백신 접종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미접종자 중 위험은 여전하고, 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접종 후 기간이 오래됐거나 초고령인 경우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일 위 그래프에서 사망자는 증가세로 현재 7일 평균 15명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확진자 연령으로 예측한 결과 2~3주 후 하루 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히 확진치명률도 증가합니다. 0.3% 내외로 떨어졌던 확진치명률은 현재 0.6% 수준이며, 앞으로 1%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아래 그림).



자료: 질병관리청, 저자 계산 (집계일 직전 4주간 발생한 확진자가 사망에 이를 확률. 확진-사망 간 시차 3주 가정)






3. 겨울을 대비해야



조심스럽지만 당분간 확진자도 늘고 사망자도 늘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우리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일일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가면 현재 의료체계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11월 4일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48.6%로 10월 중순에 비해 소폭 상승했습니다(아래 그림). 60세 미만 또는 접종자 중에서 확진이 발생하면 제법 큰 유행도 감당할 수 있지만, 고령층, 요양원, 복지시설 등 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현 의료역량은 금방 소진이 됩니다.


출처: http://ncov.mohw.go.kr/


당국의 입장에선 고위험 시설 위주로 보호 대책을 세우고(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병상 및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 입장에선 '위험한 확진'을 줄일 수 있도록 개인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접종을 안 한 고령층이 계시다면 접종을 재고해주시고,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활동하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접종을 하셨더라도 현재 백신의 효력이 4~5개월 후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서둘러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한편으론 고위험군에 전염시킬 확률이 낮은 젊은 층의 활동은 예전처럼 제약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활동을 해야 그간 타격을 입었던 자영업, 소상공인 분들의 숨통이 트입니다. 대신 걸리면 (죽진 않더라도) 아픈 건 변함이 없으니 개인 차원에서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여러 노력은 병행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마스크 쓰기, 환기, 증상 있을 때 외출을 삼가고 검사받기, 수칙 지키기 어려울 땐 소그룹으로 나눠 모이기 등등 비용이 적으면서 효과는 큰 조치들은 당분간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코로나19 유행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은 이제 다들 잘 아실 듯합니다.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도 아직 유효합니다. 예전처럼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겨울의 문턱에 걱정이 앞서지만 함께 해야만 이겨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리며 다시 희망을 품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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