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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장 Jul 17. 2019

[칼럼]원도심학교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도시재생

학부모, 지역, 학교가 함께 만드는 지역사회에 대한 꿈

“맹모삼천지교”     


우리나라에서 교육환경은 거주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우수한 학군에 진입하기 위해서 비싼 주거비를 감내하기도 하고, 심한경우는 위장전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교육을 위해서라면 크게 탓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집 근처 학교에 배정받는 현재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학교는 주변 환경과 함께 거주지의 흥망성쇠도 결정하였다. 수십년전 영동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 여러 명문 고등학교가 이전한 강남이 이러한 모습을 대변한다. 반면 대규모 신시가지가 조성되어 새로운 주거지가 만들어지고, 깔끔한 시설의 학교가 들어서면 많은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앞 다투어 거주지를 이전하였다. 상대적으로 원도심의 학교는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폐교의 위기에 빠진 농‧어촌지역의 학교이야기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원도심의 학교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큰 충격이 있는 상태에서, 신혼부부나 어린 아이를 둔 부모에게 선호되는 주거지는 다름 아닌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 원도심의 학교들의 학급수가 지속적으로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현상이 일시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신시가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를 가졌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조금 더 심각해진다. 원도심에 형성된 학군은 외면 받을 것이고, 가뜩이나 인구유출과 상권쇠퇴에 신음하는 원도심에는 아이소리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재생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자식교육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부모들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일지도 모른다. 악순환이 연속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학교는 지역과 공존해야 한다. 학교는 부모들에게 매력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하여야 하고, 지역에서는 살고 싶은 정주환경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한다. 이것이 함께 가능할 때, 비로소 아이들과 3~40대의 젊은 사람들이 원도심에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그 중 일부가 선택할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활동의 발자국들이 학교와 지역의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을 고민의 길로 이끌 것이다.     


도시재생관련 일을 하는 나에게는 원도심의 학교가 보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기성시가지에는 가용 토지가 많지 않고, 어렵사리 적절한 장소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후속조치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빈 공간을 활용하여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면, 실효성 높고, 안정적인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전 여수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원도심학교 활성화 방안을 위한 정책협의회에서 원도심학교의 활성화와 마을공동체 및 도시재생을 이야기한 점이 긍정적이다. 학교 공간 활용에 대한 기준이나,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공간 활용에 필요한 예산의 지출주체, 학교가 온전히 아이들 것이기를 바라는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갈등 등 넘어야할 산이 수도 없이 많지만 첫 발을 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최소한 학교와 지역이 협력해야할 대상의 범위를 교육에서 사회로 넓힐 수 있는 계기는 되었으리라 믿는다.    

 

도시재생에서 원도심 학교는 꽤 오래전부터 고민의 대상이었다. 특히 학급수가 줄어들어 생기는 빈 교실의 활용방안은 많은 아이디어를 낳았다. 많은 사람들이 부딪혀왔고, 작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다음단계로 나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도시재생과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원도심의 쇠퇴에 눈길을 주게 했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 도시재생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어려운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미뤄뒀던 이야기를 꺼낼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조금씩 공감하며 서로의 빗장을 내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 둘이 win-win할 수 있는 방안과 사례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학부모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가 운영되는 시스템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십여년 전 불굴의 의지로 활동했던 활동가들이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이다.


조금 과감한 상상을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학교공간을 빌리는 대신에 지역의 인적자원이 활용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하는 '인적자원 교류의 빗장을 허무는 제안'이나, 학교 담장을 허물어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재생사업의 하나로 가꾸고 지역사회와 함께 활용하는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제안'이나, 학교 유휴공간에 대한 시설이용료를 제공하여 학교에 필요한 사업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재정 및 예산의 한계를 허무는 제안' 같은 것 말이다.


현실에 펼쳐지기에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고, 각 주체별로 불편한 점이 먼저 떠오를 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필자도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나가고자 한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이 살아나는 모습을 꿈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도심의 가치를 되새기고,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 학교라는 존재가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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