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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장 Aug 09. 2019

작은 단위의 민주주의 의사결정체계와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대충 만들면 안되는 이유

도시재생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주체는 주민이며, 그 이유는 재생의 장소가 원래 사람들이 살아오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재생관련 사업과 정책은 많은 주민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상향식(Bottom-up)으로 계획을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조성된 장소와 시설을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역의 재생은 요원한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야기되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과정에 대한 생략이나 배제의 흔적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현재 도시재생뉴딜정책에서 채택하고 있는 상향식 계획과정은 어느날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이 아니다. 상향식 계획은 한평공원만들기, 담장허물기 등 시민사회 운동에서부터 시작된 도시를 변화시켰던 긍정적인 움직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7년의 살고싶은 마을만들기 시범사업은 이러한 방식을 전국단위 최초로 제도화한 프로젝트였고, 도시재생 R/D를 통해 전주와 창원에서의 활동을 토대로 도시재생선도지역사업이 실시되었다. 지금의 뉴딜사업은 그 다음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주민조직인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거버넌스의 주체가 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수립의 기반인 주민과 소통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그것이 주민협의체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에 한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주민협의체와 그 구성에 필요한 속성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도시재생에서 주민협의체는 주민의 대표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협의체는 필수적으로 대표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사업을 해야 하는 대상지 주민들에게 주민협의체 회원으로써 활동하는 것을 알리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표성을 인정받았다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의사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지역의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공유하여야 한다. 그래야 주민협의체에 힘을 실어준 주민들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고유성이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주민협의체는 목적이 매우 확실하다. 활동하는 범위도 어느정도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주민협의체의 운영은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낼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이미 다양하고 그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위원회 등 동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활동하는 조직도 있고,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등 중앙정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활동하는 조직도 있다. 드문경우이지만 공익적활동으로 활동하는 민간단체들도 존재한다. 다양한 조직이 한 지역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은 목적과 취지가 다르며 고유의 활동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주민협의체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하여 고유한 목적을 대표성을 근거로 설립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개방성이다. 고유한 활동을 하는 주민조직이 대표성을 획득했더라도, 도시재생과정에서 지역의 현안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한번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안정적 운영을 이유로 대응을 주저하면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없게 된다. 어렵사리 확보한 고유성이 서서히 희석되기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판단을 하게될 수도 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다른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주민이든 아니든, 주민협의체의 역할과 활동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갈등과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대표성과 고유성을 점검하여야 한다. 개방을 가지면서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주민협의체가 구성되고 역할을 하는 과정은 하나의 지역에서 대표기구를 가지고 지역을 위한 의사결정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것과 관계가 많다. 아주 작은단위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이것이 남이 해주기를 바라왔던 하향식(Top-down)방식의 사업과는 다른 도시재생에서의 주민조직이 가져야 하는 속성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모아서 위로 올려보낼 수 있는 우리의 대표가 주민협의체여야 하는 것이다. 주민협의체의 건강한 활동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존재한다면, 도시재생과 관련된 이슈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주민대표조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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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협의체 구성 및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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