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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생 May 08. 2020

쪼개진 시간 틈틈이

200508

죽기 싫다는 마음만 급급해서 삶이 얼마나 지겹게 길고 긴지를 잊고 있었다. 한시부터 시험 하나 세시부터 시험 둘. 을 기다리는데 사이의 한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흐른다. 해야할 일도 많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더 많아서 나는 그걸 낭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낭비에서 행복이 오는 건 아니지만 나는 달리 뭘 해야할지 모르니까 남는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모르니까. 고작 한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낭비하지도 못한 채 어쩔 줄 몰라서 영화창을 열고 닫다 과제를 하다말다 담배만 폈다. 최근 만난 친구가 ‘해야 할 일이 없으면 불안해’라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을 미처 이해하지 못해 하하하 웃었는데. 그러나 오늘 나는 기다리다 지쳐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아마 그들은 슬프다기보단 사는 게 지루했겠지. 쪼개진 시간 틈 삶을 견딜 소일거리를 찾지 않는다면 조금 더 늙고 지친 나는 아마 같은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활력감을 찾기. 지금은 생각해내려 해도 도통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언젠가는 내 삶을 스쳤을 ‘살고 싶다’는 호기로운 마음을, 기억해 내려고 애쓴다.


행복이란 게 따로 찾아야 있는 게 아니라면 무탈하게 살다가 찾아오는 이 막막함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아무도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도리어 나를 이해하기 위해 무수히 노력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 그것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볼 때 죄책감이 든다. 지금은 너와 이야기하고 있어도 금방 도로 마음이 지루해질 걸 알고 있는데 그걸 미리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어렵게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다.


받아적을 문장이 많은 책을 읽고 싶다. 내 손끝에서 나온 건 아닐테지만 흉내라도 낼 수 있게 사랑 가득한 강인한 문장들로 가득한 글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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