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부동산 투자는 역세권보다는 산세권이에요
로마 '산동네'에는 '나무꾼'이 아니라 '부르주아'가 산다.
1. 이탈리아는 역세권에서 멀수록 집값이 더욱 비싸다?!
이탈리아 부유층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은 지하철과 버스의 접근이 좋지 않다.
동네 사람들이 다 자가용을 소유해서 도심에 접근이 가능해서 대중교통 연결을 전혀 신경 쓰지 않기도 하고.
오히려 대중교통이 마련돼서 다양한 이민자, 외국인 계층이 출근 편의성에 의해서 동네로 이사 오기를 원치 않기에 대중교통 마련을 싫어할 수도 있다.
다른 도시들에서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생기면 집값이 올라가는 특징과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대중교통에 가까운 집에 살면
'우와. 좋겠다.'가 아니라
'이런. 아주 혼잡하겠네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또한
몇 백 년 전 조상 때부터 유명 유적지 바로 옆에 거주해왔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하철 역 개통 소식은
'집값이 오르는 행복한 소식'이 아니라
'관광객이 몰리는 겁나는 소식'이다.
로마에는 지하철이 3개의 호선이 마련되어 있다.
(이 도시는 지하철을 뚫으려고 한 번 삽을 들었다 하면 심심찮게 로마제국의 유적과 보물이 발견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예상 완공 기한을 한참 넘긴 시점에 완료가 된다. 현대 이전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지대가 낮은 곳에 살아왔었으니, 퇴적층이 살아서 현대의 우리는 훨씬 높은 지대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과거의 흔적이 지하에 묻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지하철을 한번 뚫으려면 건설업자보다 고고학자들이 더욱 바빠지는 것이 바로 로마의 지하철 되겠다.)
그렇기에 로마의 3개 지하철 노선은 매우 힘들게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이 지하철의 주 고객은 '관광객'과 어쩔 수 없이 빨리 일에 가야 하는 '회사원'들이 많이 탄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정작 지하철을 타면 외국인 관광객들을 마주하고 화난 근로자들을 만나지만 영원히 로마의 여유로운 로컬들을 만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2. 강남, 홍대같이 유동인구수가 높은 번화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니다.
맨 처음에 로마에 도착해서 살던 집은 모든 편의시설이 밀접한 지역이었다. 집 앞 도로에만 해도 굉장히 큰 마트, 세포라 매장, 모든 유명한 옷 브랜드 매장, 그리고 백화점까지 한 도로에 있었다. 3분만 걸으면 모든 시설이 있어서 마치 명동거리 위에 사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신기했었다.
근데 어느 날 (다수의 이탈리아 드라마에 출연한 주연을 꿈꾸는 조연 여배우) 동네 친구 바르바라(Barbara)랑 이야기하다가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조연 배우니까 이 지역에서 머물고 있지만, 미래에 조금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면 조용한 우리 본가가 있는 지역으로 돌아가고 싶어. 사람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에 있어서 너무 슬퍼. '
바르바라가 말한 그녀의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는 바로 운전하면 10분밖에 안 걸리는 지역이다. 대신 그곳은 대중교통이 정말 하나도 없다. 근데 전통적으로 로마 사람들에게는 좋은 동네로 불리는 곳 중에 하나이다.
서울에서 복작복작한 광화문이 가까운 동네에서 살다온 한국인인 나로서는 정말 신기한 정반대 현상이었다.
그리고 우리 아침식사 멤버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그들이 이 동네를 항상 아쉬워하는 이유를 입에 붙은 것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유명한 거리가 있는 게 너무나 아쉽지만'이라고 이야기한다.
(세포라가 있는 거리에 사는 게 그렇게 싫을 일인가? 나는 손쉽게 모든 곳에 접근해서 너무 편리했었다.)
3. 이탈리아 사람들이 원하는 거주 지역은 유동인구가 적고, 조용한, 잘 관리된 '마을'같은 느낌의 지역이다.
그렇기에 로마의 산동네에는 '나무꾼'이 아니라 '부르주아'가 산다.
로마는 지형적으로 다양한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보기에는 작은 언덕들처럼 낮지만.)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선호하는 공간은 다름이 아닌 '산동네'이다.
(높이가 낮은 산이기 때문에 불리기는 산이라고 하지만 전혀 산을 타는 기분이 드는 그런 곳은 아니다.
지대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느낌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흔히 '산동네'를 생각하면
'아이고.. 전기는 나오나?' 싶을 수도 있는데
아이고! 전혀 아니 와요
이 산은 그야말로 금산입니다!)
하루는 바티칸 교황청 신문 칼럼니스트 친구랑 식사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남편이랑 웃었는지 모른다.
지대가 낮으면 공기오염이 심해. 대중교통 가까이 사는 것은 건강에 안 좋아.
(이 친구들 도봉산 한번 올라갔다가는 하느님 만나고 왔다고 하겠어....!
지대가 이렇게 낮은 언덕배기에서 도심보다 공기가 좋다고 하다니!라고 생각했는데
플라세보 효과인지 이상하게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열고
'아 공기 좋다!' 하면서 열심히 산소를 들이마시는 나는 흔한 팔랑귀..)
4. 그 대신에 로마에는 '교황세권'이 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안에 완전 다른 나라인 교황님의 나라인 바티칸시국이 있는 것 아실 것이다.
이곳 로마에서는 그래서 이탈리아 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님보다 바티칸에서 일하는 것이 쿨한 것이다. 바티칸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관련해서 바티칸에 수급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티칸 주변에 산다.
부동산 값이 다소 비싼 지역도 이곳 바티칸 주변이다. 여기가 좋은 부동산으로 인정된 것이 '중세시대'부터이니 그 역사의 깊이와 길이로 인정된 지역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어떻게 외딴 극동의 나라에서 이민 온 머글인 나는 이 지역에 굴러들어 와서 살게 되었다.
(자가 아님 주의. 가족 같은 친구 아버지의 은혜란!)
그 계기도 굉장히 신성했다. 바로 남편의 요리의 극성 팬인 '교황님의 치과의사'덕분이다.
사실 아직도 괜찮은 집들은 부동산업자까지 부동산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믿는 사람들끼리만 사고, 팔고, 교환한다.
이런 현상들에 신기한 것이 요즘도 동네 사람들끼리 모두를 서로 알고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면 그냥 이웃사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아마 선대부터 혹은 선대의 선대부터 서로 긴밀했던 사이일 확률이 높다!
(마치 마을 이장님부터 마을 속속히 우리가 서로 알고지냈던 것처럼)
*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visitrovereto.it의 <Brentonico, il fiore del Baldo>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