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감들이 종종 온 세상이 되어버리는 것
얼마 전 조카의 생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잔뜩 그려진 트레이닝 복을 선물했다.
선물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무심할 때가 더 많은 이모라고는 하지만, 생일이니까 심혈을 기울여 서칭을 했고 운 좋게 찾은 퍼피구조대 트레이닝 복 세트.
왼쪽 가슴엔 조카가 좋아하는 캐릭터 '체이스'가 눈을 똘망이며 박혀있고, 바지에도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종아리를 둘러 프린팅 되어 있다.
조카는 옷을 받는 순간부터 그 옷을 입고, 얍얍! 소리를 치며 퍼피구조대의 공식 멤버가 되었다고 한다.
캐릭터가 살아온 것도 아니고, 그저 그려져 있을 뿐인데.
그럼에도 옷 하나에 온 세상이 꿈꾸던 것처럼 신나는 기분을 선물했다는 것에 내가 더 기분이 좋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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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각자의 세상을 채우는 건 별것 아닌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흩어져 있는 파편이 너무 작아서, 사는 게 바쁜 탓에 들뜨지 않으려 다시 넣어두었을 뿐이지. 작게 박힌 기쁨의 조각들이 각자의 세상을 무엇보다도 크게, 다채롭게 채워두었기에 우리는 각자의 오늘을 버티는 것일지도.
출근길 새로 업로드된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듣거나, 한갓진 일요일 낮에 침대 위에서 발끝을 까딱이며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을 하거나, 호기심에 산 맥주 한 캔의 목 넘김이 세상 맛있다거나, 기대 없던 선물을 전해 받는다거나, 배송이 늦어질 거라던 택배를 이르게 받거나, 길을 걷다 본 해 질 무렵의 빛 그림자가 예쁘다거나, 한동안 통 모습을 보이지 않던 동네 고양이를 다시 본다거나 하며.
정말 사소한데, 이런 사소함으로 조금씩 채워진 일상은 분명 나를 지탱하고 있다. 그렇게 지켜진 이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나중엔 커다란 하나의 세계를 이루려나. 뭐,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다.
그냥, 단순하지만 지금 순간의 작은 행복감들이 종종 온 세상이 되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누군가는 뭘 그런 것 하나에 행복감까지 느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단히 멋진 것들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기에 우리의 하루하루는 너무 기니까. 비록 찰나일지라도, 순간엔 맘껏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