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여행기 DAY 1
여행 출발 전날 밤까지 일을 하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꿈에 그리던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웠죠. 하지만 마음 한편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캐나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떠나는 여행인데, 그것도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행인데 혹시 보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가득했거든요. 하지만 걱정도 잠시, 경유지인 캘거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저는 창 밖에 펼쳐진 대자연의 모습에 연신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창 밖 풍경에 이미 마음은 매료되었고, 감탄을 연발하는 사이 어느새 캘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작은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최종 목적지, NASA에서 인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 ‘옐로나이프’에 도착했습니다.
옐로나이프는 북위 60도에 위치한 도시로 공항의 모습도 북극기지(?)를 연상시킵니다.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약해둔 오로라 투어 업체 사장님께서 공항까지 픽업을 와주셨고, 숙소로 가 짐을 풀고 호스트에게 도시의 기본 정보에 대해 소개를 받았습니다. 옐로나이프는 노스웨스트준주(Northwest Territories)의 주도이지만 우리나라의 조그만 시골마을처럼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입니다. 그 흔한 스타벅스 조차 없는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오히려 그런 환경이 오로라를 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오로라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첫 번째 일정으로 북위 60도 방문 인증서와 배지를 받을 수 있다는 방문자센터에 갔습니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옐로나이프의 상징인 북극곰이 우뚝 서있었고 이미 인증서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도 순서에 맞춰 인증서를 받고 떨리는 손으로 제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었습니다. ‘아 내가 북위 60도에도 와 보는구나’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채 스스로 감격에 젖어 제가 쓸 수 있는 한 또박또박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제야 정말 제가 북극 근처로 왔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 낮 일정은 인증서 받는 게 끝이었습니다. 오로지 제 머릿속엔 ‘오로라, 오로라, 오로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얼른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어요.
그리고 결국 해는 졌고 투어 업체 픽업차량을 타고 ‘오로라 뷰잉(Viewing)’을 하기 위해 ‘오로라 빌리지’라는 업체로 갔습니다. 오로라 빌리지는 옐로나이프 최대의 오로라 관광 업체로 ‘티피’라고 하는 선주민 전통 가옥 안에서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며 오로라가 떴을 때 밖으로 나와 볼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창문 밖을 유심히 봤는데 제 눈이 잘 못 된 건지 하늘이 초록색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어요.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분명히 옅은 초록색이 계속해서 보이던 와중에 가이드님께서 ‘창밖에 벌써 오로라가 조금씩 보이네요! 오늘 운이 좋으십니다!’라고 하자 사람들이 술렁술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의 마음은 더 요동치기 시작했죠.
오로라 빌리지에 도착한 후 간단한 소개 후에 티피 안에서 따뜻한 핫초코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었는데, 밖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생각했습니다. ‘아 오로라다.’ 오늘이 아니면 못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미친 듯이 뛰어나가서 하늘을 봤는데.
거짓 없이 정말 하늘에서 오로라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초록색뿐 만 아니라 분홍색,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색의 이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색까지. 제 머리 위로는 자연이 춤추고 있었습니다. 가이드님이 첫날부터 댄싱 오로라까지 보는 건 정말 흔치 않은데 연신 운이 좋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이 곳에 오기 전 몇 날 며칠 옐로나이프 날씨를 확인하고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는 태양광 지수, 오로라 지수를 확인해 가며 제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니면 타지에서 고생하는 저를 위해 하늘이 힘을 주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보았습니다. 꿈꿔왔고, 상상만 했던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오로라가 휩쓸고 간 뒤 더 이상은 그 황홀함을 보여주지 않았고 첫날의 오로라는 그 짧은 순간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제가 느꼈던 그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날 긴 비행으로, 버스 이동으로 지칠 만도 했지만 저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믿기지가 않았거든요. 내가 오로라를 직접 두 눈으로 봤다는 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