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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Aug 12. 2019

부산 워홀 그리고 캐나다 워홀

관광도시에 산다는 것

 저는 캐나다에 오기 전 부산에서 1년여간 살았습니다. 큰 이유는 없었어요. 그저 여러 번의 부산 여행 후 '부산'이라는 도시가 주는 매력에 빠져 부산에 한 번 살아보는 게 제 버킷리스트가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 전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로 복학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때다!’ 싶어 부산으로 내려가 4계절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부산 워킹홀리데이’라고 표현합니다. 워킹홀리데이가 꼭 외국에서만 해야 워킹홀리데이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보낸 시간들은 일하고, 여행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완벽히 ‘워킹홀리데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카페, 백화점 등에서 일했는데 휴무 때마다 광안리에 가고, 해운대에 갔습니다. 저만의 단골집이 생겼고 그저 며칠 묵고 떠나는 여행자였다면 절대 몰랐을 아름다운 곳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느꼈죠. ‘아 나는 바다를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관광도시에 산다는 게 참 매력적이구나.’라는 것을요.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수많은 걱정, 근심들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가끔 들리는 뱃고동 소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죠. 어쩌면 부산에서의 경험이 캐나다라는 머나먼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마중물이자 디딤돌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캐나다로의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위해 도시를 정할 때 부산에서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결정적으로 크게 작용했습니다.


 부산과 빅토리아는 공통점이 참 많은데 가장 큰 점은 둘 다 바다를 낀 항구도시이며 관광도시라는 것입니다. 부산은 두 말할 것 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항구도시죠. 그와 동시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도시입니다. 빅토리아도 그와 비슷합니다. 일찍이 모피산업이 발달해서 다른 지역보다 부유했고, 상업이 발달했던 빅토리아는 캐나다 사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차드 가든을 비롯한 수많은 관광지가 있고 연중 날씨가 온화해 캐나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도시가 가득 찹니다. 제가 부산과 빅토리아에서 살면서 느낀 두 도시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약간의 일반화를 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가 갖는 특징이라고 할 수 도 있겠네요.


가끔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깜짝 놀라요


 첫째로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어볼 때도 친절히 알려주고, 살짝만 눈이 마주쳐도 미소로 인사하는 풍경을 보게 됩니다. 특히 빅토리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합니다. 토론토나 밴쿠버처럼 모든 게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습니다. 그래서 처음 외국에서 생활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빅토리아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도시죠. 모르는 게 수 천 수만 가지인 저에게 다들 친절히 다가와 알려주었으니까요.


 두 번째 공통점은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부산의 유명 관광지인 광안리, 해운대, 감천 문화마을을 비롯해 제가 찾은 숨겨진 아름다운 곳 다대포 해수욕장과 황령산 봉수대 등 부산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빅토리아 또한 정말 아름다운 도시고요. 빅토리아는 별명이 참 많은 도시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꽃의 도시’입니다. 도시는 어딜 가나 형형색색의 꽃으로 가득하고. 특히 흔히 이너하버라고 불리는 올드타운으로 가면 웅장한 주 의회 의사당 건물과 The Empress호텔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의 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캐나다의 영국’이라는 별명입니다. 도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빅토리아는 영국적인 색채가 아주 강한 도시입니다. 주 의회 의사당 건물 앞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우뚝 서있고, 도시의 건물들은 빅토리아 시대풍의 건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영국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빨간 2층 버스가 도시 곳곳을 누비며 관광객들의 눈을 홀리기도 합니다. 캐나다의 프랑스가 ‘퀘벡’이라면 캐나다의 영국은 단연 ‘빅토리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건가요


이 곳은 영국인가 캐나다인가


코타키나발루 뺨 좀 치나요?


밤에는 또 얼마나 예쁘게요


 여기에 더해 제가 붙인 또 하나의 별명이 있습니다. 바로 ‘올드카(Old car)의 천국 빅토리아’입니다. 흔히 올드카 또는 클래식카 하면 ‘쿠바’를 떠올리기 쉬운데 쿠바만큼은 아니지만 빅토리아 또한 수많은 올드카들이 거리를 누비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저는 올드카만 보면 사진 찍느라 바쁜데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서있는 올드카를 보면 캐나다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외국에서 ‘또 다른 외국’을 느끼는 아주 신선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올드카 사진은 언젠가 쓸 글에 우르르 보여드릴게요 이 친구는 맛보기


 몇 개월 산다고 해서 완벽히 그 도시, 그 나라의 주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며칠 묵고 떠나는 여행자의 시선으로만 그곳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롭게, 보다 가까이 그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그 시간들은 어느 경험보다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고 기억 속에 더 진한 잉크로 쓰여 남게 될 것입니다. 그나저나 부산 돼지국밥이 너무 먹고 싶네요.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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