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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Sep 16. 2019

LOVE IS LOVE

Pride Parade

LGBTQ.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혹은 Questioning).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LGBTQ의 정의입니다.


 그대로 해석하자면 '여성 동성애자, 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성 소수자 전반 혹은 성 정체성에 관해 갈등하는 사람'이라는 여러 단어의 합성어가 바로 LGBTQ입니다. 이 곳에서 지내다 보면 조금은 다른 느낌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느낌의 그런. 가끔은 ‘저 사람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고민하게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죠. 물론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누군가 에겐 듣기 불편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 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상과도 같은 이야기 일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20여 년 이제 곧 30여 년을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저에겐 쉽게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약간 다른 듯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길 양 쪽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꾸밀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고서 말이죠. 가게마다 무지개 깃발을 매장 유리에 붙여 놓거나 직접 깃발을 벽에 꽂아 놓기도 합니다. 심지어 주 의회 의사당 앞에도 대형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죠. 오늘은 Pride Parade가 있는 날입니다. 우리가 흔히 ‘성 소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날이죠.


 한국에도 ‘퀴어 축제’라는 이름으로 긴 시간 동안 그들의 목소리를 외쳐온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직접 참가하거나 옆에서 구경해본 경험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퍼레이드에 호기심도 있었지만 걱정도 있었습니다. 워낙 한국 매스컴에서 다루는 축제의 모습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을뿐더러, 항상 축제를 격렬히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회 모습도 함께 비쳤기에 이곳에서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을 가지고 퍼레이드 시작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오전 11시. 경찰 오토바이를 필두로 퍼레이드는 시작합니다. 알록달록 깃발을 오토바이 뒤에 꽂은 채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퍼레이드 선봉이 앞장서면, 각 단체에서 준비한 화려한 퍼포먼스가 뒤따릅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평소 우리들이 입는 일상복과 비교하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 사람들이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확성기에 입을 대고 소리쳐 외칩니다.


“LOVE IS LOVE”.


사랑은 사랑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커다란 무언가가 아닌 듯 보였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하는 이 사랑도 사랑이다. 그냥 그렇게만 보아 달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퍼레이드 참가자 중엔 어린 아기부터 휠체어를 탄 노인까지 나이를 불문했습니다.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환호했습니다.


캐나다국기와 무지개깃발


군, 경, 소방도 행사에 참가합니다


 물론 아무리 개방적인 캐나다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분명 그들의 목소리는 다른 어떤 사회보다 또렷하게 들렸고, 그들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퍼레이드 참가 팀 중엔 지역 교회 연합 팀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제게는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성소수자 문제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건 종교단체일 것입니다. 그런 그들이 함께 무지개 깃발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것. 상상해보지 못한 그림이었기에 수많은 참가 팀 중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퍼레이드의 피날레는 가장 마지막 팀의 행진 뒤에 길 양쪽에 있던 수많은 시민들이 그들을 따라 함께 종착지까지 가는 장면입니다. 어느덧 도로는 사람들로 빽빽이 채워지고 ‘발 디딜 틈이 없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빅토리아 데이, 캐나다의 건국 기념일인 캐나다 데이를 모두 지켜본 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평소엔 차 클랙슨 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시간이었죠. 그만큼 캐나다 사람들에게 이날은 특별한 날인 듯합니다.


빅토리아 사람들 다 나온거 아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그들도 사람이기에.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건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이기에. 나아가 더 이상 '그들'이 아닌 '우리' 일 수도 있기에 Pride Parade는 제 머릿속을 한동안 가득 메웠습니다.


‘LOVE IS LOVE’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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