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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주연 Jul 16. 2022

2022년 7월 15일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강남역에서 인하대까지

영동대로를 건넜다

붉은 신호 앞에서 으르렁대며

언제든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있는

운전자들의 적대 어린 시선


나의 악몽은 길에서 넘어지는 것

그런 나의 몸 위로 차가 지나가는 것


횡단보도는 매일 위치를 바꿨다

교차로 한가운데 희미해진 하얀 선을 보며

오늘 새벽 캠퍼스에서 발견된 몸을 두른 선

을 생각했다

몸을 꼿꼿이 했다


강남 빌딩숲에서 짐짓 커리어 우먼 흉내를 내보아도

발끝에 차이는 전단지

이 사회가 날 언제든 자빠트릴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다


같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누구는 죽어도 싼 년

누구는 죽여도 살 놈*


 복판에서 고함을 참은 덕에 건너편에 안착했다

오늘도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 이번 사건에서도 반복되는 성범죄의 피해자 탓하기,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형 사례 등이 너무 화나고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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