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피크 + 전시 《정원과 정원》
생일 이브에 남자친구와 축하 식사를 하고 생일 당일에는 어김없이 출근을 했다.
최근 직장에서 미식가 두 분과 함께 직장 근처 거리가 애매하거나 가격대가 있어서 가기 어려운 곳들을 다니는 모임을 결성했는데 그 첫 번째 모임이 내 생일로, 장소는 아티피크로 정해졌다.
새로 지어진 오피스텔 건물 1층에 들어선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동네 주민이면서 동료가 말해주기 전까지 이런 곳이 생겼는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영동대로에서 우리 집으로 갈 때 이 골목은 공사 중이어서 다른 골목으로 다니던 게 습관이 되었는데 문제의 공사 결과물이 바로 이 건물이었던 것.
원래 이렇게 마무리되어야 하는 코스였는데 서프라이즈가!
동료들에게는 부끄러워서 내 생일인 걸 밝히지 않았는데 작년에 한 팀이었던 대리님이 기억하고 레스토랑에 전달한 것이다. 레스토랑 측에서는 당일에 말한 거라 따로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니(백퍼 수긍!) 원래 저녁 코스에 나오는 케이크를 서비스로 내주었다.
아티피크는 우드 앤 파이어를 컨셉으로 한다더니 그에 딱 맞게 불에 탄 나무=숯을 형상화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저 재 같은 게 드라이아이스라 멋있는 연출이 만들어졌다. 보기와는 다르게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로 안에 라즈베리도 숨어 있었다.
이렇게 예쁘고 진귀한 음식을 제시간에 회사 복귀하느라 한 시간 만에 흡입하면서도ㅜㅜ 기념사진은 빼놓지 않았다.
식당은 1층에 위치해 특별한 뷰가 없지만 높은 천장에 달린 조명과, 곳곳에 놓인 작품들로 탁 트이고 어딘가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식당에 있을 때는 그 정도 감상밖에 없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다 보니 세상에! 당시 가장 핫하던 전시 《정원과 정원》의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 내 뒤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오토니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몰라봤던 게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이 공간을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들고 운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주 후 주말에 찾은 시립미술관 전시.
유리벽돌 작품 사진들을 보고 그에 맞춰 스팽글 스커트를 입고 갔다.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과 <푸른 강>ㅡ단순히 예쁜 작품인 줄로만 알았는데 설명을 보니 작가가 인도를 여행했을 때, 언젠가 집을 지을 거라는 희망으로 벽돌을 모으는 인도인들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인터뷰를 보니 작품에 '스톤월'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게이 저항 운동의 시초가 된 스톤월 업라이징에 대한 오마주이며, 벽돌에는 혁명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런 벽돌이 아주 취약하다고도 할 수 있는 유리와 만났다는 점이 오묘했다. 필연적인 작업자의 흔적 또는 흠집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들이 그래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아 작품을 제대로 찍지는 못했지만 수학 기호를 형상화했다는 <거울 매듭> 연작. 시작과 끝이 어디일까 들여다보다 반사되는 무수한 나의 이미지와 함께 무한에 빠져들게 되었다.
전시는 덕수궁으로도 이어져 연못에 있는 작품들까지 감상했다. <황금 연꽃>이 자연, 한옥 기와와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2022년 생일 그리고 여름을 기억할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