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케치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훈 Nov 17. 2022

[휘케치북] 22.11.17

‘Flying high with U - 빈첸’

‘I - 빈첸’


이야기를 늘어놓고 보면 

싫어하는 것은 없는 듯이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하는 통에 

좋다고 어떠한 것을 또 한 번 조명하는 것이 지난한 일이 될까 머뭇거려지지만

붉은 해가 지면 위로 떠오르기 전, 어렴풋이 동이 트는 찰나의 순간,

짙푸른 하늘과 앙상한 가지가 보이는 창밖 풍경에 대한 예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요함과 차분함, 두 단어만이 허락되는 풍경을 가만히 봅니다.


어두운 밤은 길었지만 해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빨라서 동이 트는 순간은 짧고 

이내 해가 떠서 환한 시간으로 바뀌며 짙푸름은 옅은 푸름으로 변하고

희고 노랗다가 이내 아침이 됩니다.

시야를 가로막지 않은 지평선이나 수평선에는 이런 찰나의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고 

해가 고개를 내밀어 세상을 붉게 물들일지도 모르겠으나

도시에 사는 나는 각종 지형이 특정 고도의 햇빛을 막아 이 행복을 보다 선명하게 즐깁니다.

이 시간의 풍경은 창문으로 보는 게 맛이기에 밖으로 나서지 않고 불을 끈 채 창밖을 봅니다.


글을 쓰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노랗게 물든 햇볕이 너무나 따사로워서

나는 이토록 햇볕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생각하다가

이내 동틀 무렵의 기나긴 예찬이 부끄러워 일부를 지웠습니다.

수능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빈첸의 <Flying high with U>와 <i>,

각각 21년 20년에 발매된 앨범 타이틀 곡입니다.

이 곡을 22년에 뒤늦게 발견하고 한 해 동안 너무 감각적이라며 틈날 때마다 듣습니다.

주로 해가 뜨고 질 때 듣게 됩니다.


별다른 이유나 추억이 있는 게 아닌데도 이맘때가 되면 삼청동이나 부암동을 떠올립니다.

무작정 안국역에 내려서 즐비한 은행 나무길 사이를 걷다가 따뜻한 차를 한잔 하다 보면

서울 땅인데도 아주 다른 지역에 온 느낌이 들어 좋고

마을버스 하나로 다른 특색의 동네를 쉽게 건너가는 것도 좋습니다.

산이 둘러싼 지형 탓인지 밤은 빨리 찾아오고 

어느새 어스름한 길을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되짚어 오는 것도 좋습니다.

밝을 때는 내가 주인공으로 찾아가지만

어두워질 때는 이방인으로 그곳을 떠나는 느낌이 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사는 동네로 돌아와서야 하루의 여행이었음을 느끼게 하는 곳.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볼까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휘케치북] 22.11.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