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케치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훈 Nov 30. 2022

[휘케치북] 22.11.30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네가 듣기를 - Azurever’

‘ORDINARY DAY - LENNY MAKES SOME-THING’


이삼일 전에도 영하의 추위가 이 도시에 맴돌았지만

이번엔 완연한 영하권, 겨울의 추위입니다.

창문을 열자 휘몰아치는 바람소리가 들리고 차가운 공기가 앞다퉈 들어옵니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정신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으로 

아직은 어두운 도심에 빛나는 조명과 실체가 없는 겨울의 시림을 봅니다.

난방으로 기껏 데워둔 방의 온도가 바깥과 동일 해지는 동안 이불을 가져와서 둘르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창문은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나는 겨울의 추위가 좋은 사람입니다.


책이 읽히는 요즘,

김연수 씨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책을 따뜻하게 읽고 있는데 한 챕터에서 주인공이 ‘인도방랑’이라는 책을 언급합니다.

마침 인도에 대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인도는 어떠한가란 호기심에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고 어제 받아 들었습니다. 


후지와라 신야라는 일본 청년이 1972년에 써낸 인도방랑의 글입니다.

글을 쓰면서부터 

작가 소개나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글을 반드시 보는데

사진을 담은 이 책의 특징인지 그가 의도한 것인지 책은 자연스럽게 그가 전하는 글을 보면서 시작하게 되고

누군가와의 인터뷰를 담은 글 역시 읽게 됩니다.


“당신은 왜 인도에 간 겁니까?”

이것은 일종의 언어 고문이다.

이십 대에는 이런 종류의 질문에 이유 없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던 시기가 오래 계속되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왠지 반감마저 들었다.

반발의 이면에는 어떻게 그 자체로도 복잡한 인간의 행위가 그런 단순 명쾌한 질문에 의해 재단될 수 있느냐는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그것은 자신의 행위를 냉정하게 객관화시켜 바라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조바심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으리라.

-인도방랑 중에서-


그가 ‘십오 년 만의 고백’이라 명명한 글, 일종의 자기 고백 중의 글입니다.

여행을 전후해서 나 역시 그랬습니다.

그 단순한 질문들에게 지친 날들이 많았습니다.

나 자신조차 언어로써 완전히 이해시킬 수 없는 것을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어느 만큼의 말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머리가 맑고 몸에 힘이 있어서 무심코 그 이야기를 내뱉을 때면

그 이야기는 중간 즈음부터 그를 납득시켜야만 하는 것처럼 바뀌어 결국 내 내면을 어지럽혔습니다.

결국 그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여행지의 사사로운 에피소드들뿐이었고

그런 날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입이 썼습니다.

내가 뱉은 언어만큼, 그가 듣고 받아들인 만큼 재단받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일상의 대화는 늘 그러한 것의 연속이지만

그날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 자신과 같아서 쉬이 입을 열지 못하고 끝내 글을 쓰고 있는가 봅니다.


동이 트고도 여전히 공기는 차고 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종일 영하의 온도라고 합니다.

드디어 모기의 종말을 고하는 날이 왔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Azurever의 <네가 듣기를>, 

LENNY MAKES SOME-THING의 <ORDINARY DAY> 두곡입니다.

보통날일 뿐인 오늘 눈 딱 감고 말해보라고 합니다.

“With me, this cold night”

매거진의 이전글 [휘케치북] 22.11.2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