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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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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Mar 10. 2023

[휘케치북] 23.03.10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Girls - 웬디’

‘Wonder Why - 경서’

‘Miracle - 민서’

‘Time’s Up - 하진’

‘봄이 되어줄게 - Olivia Hye’


서울, 8일 밤부터 아침까지 산발적인 비가 왔고 날은 따뜻했다.

새벽에도 영상의 기온이었고 아침엔 10도 한낮에는 14도까지 올라왔다.

버스에서 내려 우산을 펼쳤다가 이내 우산을 접었다.

아주 드물게 흩뿌리는 정도의 비는 맞을 생각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넜고 마을버스를 탈까 잠시 망설이다가 걷기로 했다.

코너를 돌아 희우정로 길에 들어섰을 때 나무 사이가 뿌옇다는 생각을 했고 그중 한 나무에 다가가 그 뿌연 가지를 봤다.

가지마다 몽우리가 솟아 있었다.


벚꽃이 피어날 자리마다 수없이 돋아난 그 작은 돌기(혹은 몽우리)를 미묘한 감정으로 봤다.

불과 3일 전 이 길을 지날 땐 앙상한 겨울의 나무였음을 떠올리며 소박한 빗줄기에 격동한 생명력이 야속했다.

야속하다 - 아 그래 나는 이 봄이 아직 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가 보다.


지난겨울 많은 것들을 갈무리하고자 했고 이번해의 새 봄이 올 때면 나 역시 새롭게 피어나길 소망했으나

아직 많은 것이 갈무리되지 않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는 정착의 시기였다.

현실의 큰 틀 안에 있으면 됐고 하루와 계절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내면을 채우면 됐기에 하루하루 봄이 다가오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이번엔 그 봄이 아직 다가오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그 작은 돌기에 흔들린 마음을 통해 알았다. 


내 마음과 무관하게 산책하고 들여다보는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망원동의 2월이 끝나기 전에 식물은 내면을 생명력으로 채웠고 3월이 될 땐 몇몇 여린 가지들의 생명력이 밖으로 뿜어져 초록의 옷을 입었다.

주택 담장 밖으로 삐져나온 나무 중에 대추나무, 감나무, 단풍나무의 가녀린 가지에서 그것이 또렸했다.

흙 위에 마른 채 누워있던 잡초 사이엔 초록의 새 풀이 올라와서 걸을 땐 새것을 밟지 않기 위해 빙 돌아다녔다.

그런 변화에도 봄이라 여기지 않고 들뜨지 않았다.

연일 한낮의 기온이 봄날을 웃돌고 6일 경칩이 지나는 동안에도

가지는 단단해지고 땅에 잡초는 새것으로 자라남에도 그랬다.

창문을 열어두는 날이 많아졌고 옷은 점차 가벼워졌지만 나무에 새 여린 잎이 매달리기 전엔 봄이 아니라 여기며 어떻게든 봄을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끝내, 벚꽃 나무의 그 작은 돌기를 보며 봄이 시작됐음을 인정해야 했다.

희우정로길에 길게 늘어선 벚꽃 나무는 그 작은 돌기들로 인해 뿌옇게 됐다.

얼마 후면 그 끝이 벌겋게 된 채로 희뿌옇다가 3월 넷째 주쯤 어느 날 첫 꽃잎이 틔우는 날에 온통 핑크빛으로 낭만적일 테다.

그때쯤 길가에 선 수많은 나무들에서도 아주 작고 여린 잎이 태어나 싱그러운 날들의 시작을 알리겠지.

생각에 잠겨 걷던 중 유채꽃을 봤다.

풀썩 웃음 지으며 서서 놀이터 옆에 틔운 유채꽃의 작고 희미한 형태를 봤다.

이미 봄이었거늘, 식물의 생명에 나 역시 지지 않고 박동하리라 생각하며 걸음을 바삐 옮겼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웬디의 <Girls>

봄이 다가오는 동안 시청했던 드라마 사랑의 이해 OST <Wonder Why>, <Miracle>, <Time’s Up>

Olivia Hye의 리메이크 곡 <봄이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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