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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제 Jan 04. 2023

당뇨도 수도승처럼 살 필요는 없긴 하다.

1형 당뇨만

사실 1형 당뇨면 이런 음식은 아무 효과도 없다

당뇨는 음식과의 전쟁이다. 맛있는 음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제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한다. 밥도.흰쌀밥은 피하고 퍽퍽한 잡곡밥을 가까이 해야하며 반찬도 나물과 야채 반찬 위주로 먹어야 한다. 단, 탄수화물과 당의 섭취가 제한되는 병이기 때문에 고기는 어느 정도 섭취가 허용된다. 


 여기까지가 처음 당뇨에 걸렸을 때 나,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던 당뇨 식단이다. 그리고 글을 읽는 사람들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게 생각할 듯하다. 나도 당연히 '당뇨=맛없는 음식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질병'으로만 생각했다. 종편 건강채널이 그렇게 말했고, 대충 당뇨에 대해 말하는 전문가나 의사들도 그렇게 말했다. 


사실 아니다. 그 조항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전당뇨나 2형 당뇨처럼 혈당이 다소 높게 나오지만 췌장이 어느 정도 작동은 하는 사람들이나 해당하는 '그나마 가망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관리하면서 최대한 정상적인 식단을 먹고, 살을 빼면서 자신의 췌장이 버텨주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2형 당뇨 환자들은 췌장을 비롯한 신체 장기들에게 채찍과 당근을 가하며 최대한 어르고 달래며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회복을 돕고 있다. 뭐 물론 그러다가 관리를 놓고 방임하면 췌장도 사망하고 몸도 맛이 간다. 


그리고 나와 같은 1형 당뇨는 췌장이 생명을 다해 이미 쓸모없는 장기가 되버린 사람들이다. 췌장이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됐기에 채찍을 날리든 당근을 날리든 아무 의미 없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해야만 하고, 인슐린 공급이 끊기면 그냥 끝이다. 사실 말이 1형 당뇨지 '인슐린결핍성 췌장파괴증'이라고 해야한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달라진다. 물이 절반 남은 컵을 보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할 수도 있듯, 인슐린이 없으면 혈당을 조절할 수 없는 1형 당뇨 환자도 '인슐린만 맞으면 걍 내 멋대로 막 먹어도 되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사실 1형 당뇨는 음식 선택권이 자유롭다. 먹는 음식의 탄수화물에 따라 인슐린의 양만 조절한다면 어떤 음식이든 고혈당 없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당뇨에 걸린 후 3개월 간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수도승처럼 음식을 먹어버렸다. (사실 수도승이 고기를 먹는다는 거부터가 부조리극이긴 하지만) 지금부턴 3개월 간 당뇨 판정을 받은 후 내가 먹어온 식단을 말해보고자 한다. 



주로 아침으로 먹은 단백질바, 60개씩 사서 2달을 쟁여먹으니 물려서 죽는 줄 알았다

병원에 다녀와 인슐린을 처방받은 후 나는 병원에서 적은 규칙을 충실하게 따랐다. 병원말 무시하고 지 멋대로 살다가 환상적으로 생을 마감한 사례들을 커뮤니티에서 여럿 봤기 때문이다. 눈에 백안을 장착하고 발을 절단하며 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배운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살기로 했다. 기저 인슐린, 초속 인슐린 모두 적힌대로 따라서 맞았다. 아침에 일어난 후 기저 인슐린, 식사를 하기 직전 초속 인슐린. 



병원에선 식단에 대해 따로 어떻게 먹으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혈당 변화가 어떤지 관찰해보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마구 먹으란 의미는 (당연히)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적당한, 그러면서 먹을만한 음식을 찾아야만 했다...  


우선 식단을 고정하고 그 식단만 섭취하기로 결정했다. 아침, 점심, 저녁 각 끼니별로 먹는 음식을 동일하게 하고, 이에 맞춰 주사하는 인슐린의 양도 동일하게 한다면 고혈당이나 저혈당 등 변화가 잘 오지 않기 때문에 먹는 것에 있어선 나름 걱정을 날릴 수 있게 된다. 


사실 나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아왔다. 아침을 먹지 않은 게 당뇨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었으려나? 아침을 먹지 않아도 공복을 잘 느끼지 못했고, 아침을 먹는 시간이 아까웠기에 먹지 않았다. 학교에 7시 4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데 아침을 먹으면 거의 20분은 날아간다. 기상 마지노선은 7시였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침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봐라 맨정신도 아닌데 그게 들어가나... 


2019년 한국암웨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절반은 아침을 먹지 않는단다. 당연하겠지 귀찮으니까... 그런데 먹어야 한단다. 무슨 원리인지는 의사가 설명을 해주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침에 음식을 먹지 않으면 혈당이 오르기 때문에 먹어야 한다고 한다.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데 오히려 혈당이 상승한다고? 납득이 안돼서 생체 실험을 해봤더니 혈당이 급속도로 올랐다. 앞에서 했던 말을 되새겨본다. "병원말 무시하고 지 멋대로 살다가 환상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아침은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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