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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제 Jan 08. 2023

인슐린 바늘은 얼마나 아파요?

1형당뇨 생활기

그냥 장어가 먹고 싶어서 짤을 올렸다

나는 관종이다. 관종이면서 소심하다. 나의 좋은 점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고 칭찬받는 걸 원하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내세우고 다니고 싶진 않고 뒤에서 조심스럽게 칭찬받는 걸 원하는. 정말 까탈스러운 관종이다. 그런 심리로 당뇨란 사실을 굳이 먼저 말하진 않지만, 당뇨임을 암시하는 행동을 통해 조금 주목받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 


애초에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고 싶고,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 



'인슐린 주사 퍼포먼스'는 내 관종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다. 밥을 먹기 전 평소처럼 인슐린에 바늘을 꽂고 주사를 맞으면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정체를 모를 주사에 대해 물어본다. 그럼 나는 "직접적으로 당뇨인걸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렇게 물어봤으니 어쩔 수 없이 말해드리겠습니다"라는 뉘앙스로 당뇨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한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은 당뇨가 어떤 질병인지, 어떻게 먹는지 인사치례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인슐린 주사가 아프지 않나요?"이다. 


주사 = 아프다, 아프다 = 주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져 오는 당연시되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주사를 한번도 맞아본 적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정말 극소수의 극소수 안아키가 있을 순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주사라는 존재가 아프다는 사실은 실증적으로 경험해봤다. 그러다보니 눈 앞에서 주사를 맞는 사람에게 '아프지 않아?'라는 질문을 던지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하루에 주사를 최소 4번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건네면, 동정심 어린 눈과 말투로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런 시선을 딱히 부담스러워하진 않는다. 있는 그대로 즐긴다. 나에 대한 모든 관심과 우려를 즐길뿐이다. 


그래서 인슐린 주사는 정말 안 아플까? 그렇다, 안 아프다. 거의 고통이 없다. 매일 4번씩 스스로 주사를 놓는데도 아프다는 생각이 들기보단, 놓는 것 자체에 대한 귀찮음이 우선 들뿐이다. 어느날 "주사가 안 아픈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주사 자체에 적응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그냥 주사가 안 아픈 것 맞다. 정기검진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피를 뽑은 후 확실히 알게됐다. 피를 뽑는 순간 주먹을 꽉 쥐고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회용 주사기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인슐린 주사의 규격은 4mm 정도다. 내가 쓰는 주사기도 4mm다. 인슐린 주사는 보통 배에 있는 피하지방에 주사하기 때문에 혈액 안 속까지 침이 닿을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피를 뽑는 주사기보다 길이가 짧아도 상관없고, 그만큼 고통도 덜하다. 주사용 바늘의 두께 매우 얇다. 헌혈에 쓰이는 바늘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차이다. 


지금도 인슐린 주사가 아프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난 한번 체험해보라고 바늘을 던져준다. 물론 지금까지 실제로 바늘을 맞아본 또라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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