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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제 Jan 13. 2023

저는 인슐린 결핍성 자가면역 증후군 환자입니다

이건 콜라다

제목 그대로다. 나는 인슐린 결핍성 자가면역 증후군 환자다. 이 중대하면서 주말드라마 주인공의 부모님 중 1명이 걸린 후 마지막화 쯤에 감동적으로 사망할 것 같은 질병의 대중적인 이름은 '1형 당뇨'다. 


1형 당뇨병은 흔히 알려져 있는 당뇨병과 혼동돼 사용되지만,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더 심각한 질병이다. 오죽하면 별에별 환자들을 다 끌고 가는 병무청조차 1형 당뇨에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급 면제 처분을 내릴까. 얼마 전 사람들을 뇌전증인척 해 4급 공익근무요원 처분을 받게 만들었다는 브로커 일당이 잡혔다는데, 브로커가 있다는 사실보다 뇌전증이 있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4급 공익요원으로 붙잡아가는 병무청의 집요함에 놀랐다. 


그런 점에서 1형 당뇨는 위험성에 있어 툭하면 쓰러지고 목숨이 걸려있는 뇌전증보다도 위험한 질병이다. '혈당관리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흔히 당뇨를 이야기할 때, 대다수 사람들은 혈당이 높은 질병 정도로만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혈당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높게 올라가는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혈당이 낮게 떨어지더라도 관리할 수 없는 질병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이 있다면 언제든지 수정해달라는 댓글을 남겨주시기 바란다) 우리 몸의 췌장은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베타세포에서 생산되며 혈당을 낮추고, 글루카곤은 알파 세포에서 생산되며 혈당을 높인다. 1형 당뇨는 베타 세포가 파괴되어 아예 인슐린을 만들 수 없다. 2형 당뇨는 그나마 낫다.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거나, 인슐린 효과가 감소한 정도다. 


2형 당뇨는 알약을 섭취해 췌장의 베타세포 생산 효율을 높이는 식으로 당뇨를 조절할 수 있지만, 1형 당뇨는 베타 세포 자체가 망가져 버렸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만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엄연히 다른 질병이며, 심각성과 걸리게 되는 계기도 다르다. 당뇨 자체에 대한 발병 원인이 다양하긴 하지만 식습관, 유전, 생활습관 다양한 요인이 섞인 2형 당뇨와 다르게 1형 당뇨는 그냥 날벼락 수준이다. 


기성 세대는 아직도 당뇨를 나태한 성인병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미친 짓이다. 백혈병에 걸린 사람에게 "음식을 어떻게 먹고 살았길래..."라고 하지 않듯이, 1형 당뇨 환자에게 "단 것 좀 적당히 먹지" 따위의 말을 하는 건 맞짱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질병이지만 1형 당뇨와 2형 당뇨를 동일하게 보는 시선이 많다보니 1형 당뇨 환자들 입장에선 질병 이름을 '인슐린 결핍성 자가면역 증후군'으로 바꾸자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이름만 보면 맞는 질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뇨 환자들도 약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며 약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브런치에도 있는 걸로 아는데, 꺼져라 좀. 당신같은 사람들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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