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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테처럼 Feb 16. 2022

아름다웠던 그의 서른 살 - 영화 <틱틱붐>

뮤지컬영화 <틱틱붐>과 <렌트> 비교 감상하기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렌트> 이후, 원작자 조너선 라슨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다시 불을 지키는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틱틱붐>(Tick... Tick... Boom)이다. 뮤지컬 덕후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 법한 유명한 뮤지컬 작품인데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스파이더맨 출신의 배우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틱틱붐>의 주인공은 1990년 미국 소호와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서른 살을 맞게 된 <렌트>의 원작자 조너선 라슨이다. 희대의 역작 <렌트>를 무대에 올리기 훨씬 전, 그는 뮤지컬 ‘슈퍼비아’를 관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리허설을 준비하랴, 카페 문댄스에서 서빙을 하랴 바쁜 나날들을 보낸다. 물론 룸메이트인 마이클은 그에게 광고 음악을 만들라는 제안을 하기도 하고, 그의 연인 수잔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전기세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기는 가난과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뮤지컬에 대한 그의 열정을 꺾을 수가 없다.     



그의 현실을 여실히 그리고 있는 이 <틱틱붐>의 상황 설정은 영화 <렌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렌트>에는 조너선 라슨과 마찬가지로 집세를 내기 어려운 감독 지망생 마크, 한물간 밴드 가수 로저가 한집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는 좀 더 쉬운 길을 택한 친구들이 있다. 마약과 에이즈, 그리고 가난으로 인해 고통받던 미국 청년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렌트>에는 10명이나 되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조너선 라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틱틱붐>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렌트>에는 LGBT의 경향이 더 강하게 묻어나는데, 조앤과 모린 그리고 엔젤과 톰 커플의 서사에 비중이 주어지면서 당시 자유로운 뉴욕의 분위기를 그대로 그려 내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렌트>와 <틱틱붐>의 음악은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렌트>의 대표 넘버인 ‘No day but today’는 극의 전반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등장인물들은 에이즈와 마약 등으로 죽어 가는 젊은 청춘들에게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 표현해야 함을 계속해서 부르짖는다. 에이즈로 인한 친구의 죽음 등 어두운 청춘의 단면도 가감 없이 그려 낸다.     


시대보다는 주인공에 더 초점을 맞춘 <틱틱붐>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주인공이 30살을 맞으며 갖는 막연한 두려움을 상징하는 오프닝 곡 ‘30/90’도 ‘No day but today’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전달하진 못한다. 아마도 이는 조너선이 준비하고 있던 작품 ‘슈퍼노바’의 넘버인 ‘Come to your senses’가 관객들에게 공개되었을 때의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예열 단계여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틱틱붐>의 ost가 밋밋하거나 심심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실제로는 1인극 뮤지컬이지만 영화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조너선 외에도 다른 인물 시점으로 진행되는 서사가 있으며 이에 맞는 넘버들을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무엇보다 수영장 신에서 흘러나오는 ‘Swimming’이나 문댄스 카페의 일요일을 그린 ‘Sunday’ 같은 넘버는 곡을 완성하기 위한 조너선의 고군분투하는 일상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영화 <렌트>를 먼저 본 입장에서 <틱틱붐>은 <렌트>의 프리뷰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렌트>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미미’는 <틱틱붐>의 ‘수잔’을 연상시킨다. 같은 유색인종이라서가 아니라 캐릭터가 풍기는 스타일이나 ‘춤’을 춘다는 점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틱틱붐>에서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파티를 할 때 흘러나오는 넘버인 ‘Boho days’와 <렌트>의 ‘La vie boheme A & B’ 두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페라 라보엠을 인용한 이 곡이 레스토랑 내에 울려 퍼질 때 즐겁게 군무를 추는 장면을 보면 관객 누구나 <틱틱붐>의 그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슈퍼노바’ 이후, 조너선 라슨은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완성한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완성된 뮤지컬 <렌트>의 초연 전날 밤, 그는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렌트>는 그해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휩쓸며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았다. 이 작품의 성공을 보지 못한 원작자의 이야기, 우리는 <틱틱붐>을 통해 <렌트>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



** 두 작품 모두 음원 사이트에서 ost를 감상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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