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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테처럼 Jan 28. 2022

자소서 쓰기는 시간 여행에서 시작된다.

기록 찾기의 중요성에 대하여

첨삭 프리랜서로 활동한 지 8년째, 학교 후배들을 만나 컨설팅도 해 보고, 소재를 찾지 못한 의뢰자들을 만나 보면 자기소개서를 쓸 때 막막해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물론 서류 마감 일자가 다가오고 한시가 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자소서가 어렵다고 말하는 취준생들을 접할 때마다 내가 제일 먼저 조언하는 것은 바로 


나의 기록 들여다보기 



이다. 문장을 어떻게 쓰고, 가독성 있는 글을 쓰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만약 취준생인데 나의 기록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자기소개서를 쓸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다.      


솔직히 취준생이 되어서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려고 하면, 굵직한 일들만 기억이 날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이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들은 특히나 더 그럴 것이다. 나 역시도 취준생 시절, 자소서를 쓰려고 보니 소재도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도저히 자잘한 일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A 동아리를 했고, B 대외활동을 했고, 장학금을 받았지!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는 자소서 컨설팅이라는 것도 별로 없었다. 고민하다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다이어리 살피기’였다.      


새내기 때 쓰던 학생수첩부터 시작해, 한참 취업 전까지 열심히 썼던 다이어리까지 살펴보니 총 9권이 되었다. 물론 여기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적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쓰던 게 습관이었던 나는 대학 시절에도 SNS와 다이어리에 하루하루 느꼈던 단상들, 벌어졌던 일들을 꾸준히 적었다. 그러다 보니 동아리, 대외활동에서 '어떤 업무를 했다'에서 더 나아가 자세한 사건들의 면면을 생각해 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자소서의 소재를 삼을 수 있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면, 나는 1학년 때 교내 학생 기자로 활동을 했는데 4년이 지나 그때의 일을 자소서의 소재로 삼으려다 보니, 활동하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다이어리를 읽다 보니 매주 열린 기획 회의 때 지각을 1번도 하지 않아서 리더십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과 선배들이 낸 지각비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바를 공짜로 먹었던 사실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이 소재는 ‘장점과 역량’을 서술하는 자소서 항목에서 책임감과 성실함을 어필하는 경험으로 쓸 수 있었고, 이러한 기록 찾기를 통해 쓴 자소서로 30곳이 넘는 곳에서 1차 서류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자소서 첨삭 전, 자소서의 소재나 내용을 먼저 검토하는 첨삭 전 피드백을 먼저 하는 편인데 자소서에 ‘경험’을 담고 있으나 디테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렴풋한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경험을 소재로 가져오지만, 그 과정 속의 인과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좋은 소재를 글감으로 쓰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어리, 일기를 쓴 독자들이라면 이 과정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록 찾기의 여정을 거치는 것을 추천한다. 하다못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SNS의 기록이라도 꼭 살펴보길 권한다.      



만약 난 일기를 안 썼는데 어떻게 하죠?


이런 독자들이 있다면 얼른 클라우드나 외장하드의 사진첩을 뒤져보기로 한다. 사진을 보다 보면, 잊고 있었던 기억들도 되살아나기도 하고 그때의 공기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을 보면서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 사진도 안 찍었다 하는 독자들이라면 학부 시절, 수없이 제출했던 레포트와 보고서를 살펴보자. 정말 여기에는 뭐가 없을 것 같지만, 폭풍 같이 지나가서 잊고 있었던 혹은 잊고 싶었던 기억인 팀프로젝트(aka 팀플)를 하면서 벌어진 일을 자소서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팀원 간의 갈등을 중재했거나, 리더십을 발휘했던 경험의 소재가 우리에게는 꼭 한 번씩은 있기 마련이다. 단지 수많은 기억 속에서 잠시 잊혀진 기억이 되었을 뿐! 혹은 정말 어려웠던 과제를 독창적으로 혹은 스스로 해결했던 경험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쓰는 항목의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나의 기억력을 먼저 믿기보다는 내가 그동안 남겼던 기록을 먼저 믿고 찾아보면 자소서에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자소서 중에 맨날 똑같은 소재보다는 통통 튀고 재미있는 소재라면 분명 눈에 더 들어올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기록을 찾을 때에도 준비물이 필요하다. 나의 경험을 기간과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 종이와 펜, 혹은 메모장을 빼먹지 말자. 자소서를 쓸 때마다 기록을 매번 들출 수는 없는 일이니, 기록 찾기 시간 여행을 할 때 나의 타임라인 정리를 꼼꼼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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