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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l 24. 2022

이번 여행은 아빠들이 준비한다 (경주 편)

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22

 며칠 전 글에 예고했던 아빠들만 참여한 첫 번째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아마 혼자서는 절대 엄두도 못 냈을 일을 여러 아빠가 힘을 합치니 가능했습니다. 엄마들에게는 휴식을, 아빠들에게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기회를,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선물해 준 이번 여행을 소개합니다.




1. 여행 계획


 아무래도 첫 여행이니 이동 거리는 1시간~1시간 반 정도 거리로 알아봤습니다. 마침 놀거리와 교육거리가 풍부한 경주를 선택했고, 그에 맞춰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많이 간 이유가 있었군요...)


08:30 출발

10:00 경주빵 만들기

11:30 점심 식사

12:30 첨성대 및 대릉원 구경

14:00 어린이 박물관 관람

15:30 루지 체험

17:00 집으로 이동

18:30 저녁 식사 (엄마들과)



2. 경주빵 만들기, 점심 식사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경주에서 유명한 '이상복 경주빵'의 경주빵 만들기 코스였어요. 사실 아빠들은 이런 쿠킹 클래스를 경험할 기회가 정말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냥 예약해버렸습니다 ㅋㅋㅋ 아빠들은 사실 아이들만 체험한다고 생각하고 왔지만 사실은 아빠도 같이 하는 코스였던 것이지요.


 밀가루 반죽을 하고, 빵 모양을 만들고, 팥앙금을 넣고, 빵 모양을 만들고 구우면 완성되는 아주 간단한 만들기였어요.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너무 잘해주셔서 아이들도 집중해서 할 수 있었고, 아빠들도 너무 재밌게 했답니다. 재밌게 빵 만들기를 끝낸 저희는 첨성대 주변으로 이동해 점심 식사로 불갈비와 떡갈비를 해치웠어요. 아무래도 인원이 많으니 사전에 예약 가능한지도 확인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3. 첨성대, 대릉원, 어린이 박물관


 사실 여행 가기 전 경주에 대해서 공부를 조금 했었어요. 학교 다닐 때 국사 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지식이 별로 없었어요. 그나마 다 커서 역사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나 책을 읽은 정도로 아이들에게 자세히 알려줄 실력이 안됐죠.


 황남대총과 천마총에 대해, 어떻게 발굴이 된 건지, 안에서 어떤 것들이 나오고, 신라의 왕의 호칭이나 체계, 첨성대의 역할이나 구조 같은 여러 가지를 공부해서 설명해주려 시도했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은 3분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그나마 신라에 대해 조금 알고 있던 친구가 있어 다행이었고, 그래도 책에서 보던 것들을 실물로 보니 꽤나 흥미를 가지더군요.


 사실 대릉원은 가지도 못했어요. 첨성대 주변에서 우연히 연을 발견해 날리다 보니 벌써 어린이 박물관 예약 시간이 됐더라고요. 노는 순간순간 아이들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많이 발견했어요. 어떤 아이는 밖에 나올 일이 많이 없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어떤 아이는 리액션이 좋아 얘기하는 맛이 나고, 다른 아이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친구들을 설득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아주 좋았어요.


역사 이야기 보다는 네잎클로버에 더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


4. 루지 체험


 오, 루지는 처음 타봤는데 생각보다 쉬웠고 재밌었어요. 물론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어요. 리프트를 타고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순간도, 루지를 타고 내리막을 내려오는 순간, 중간중간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찍힌 사진을 보는 모든 순간이 다 소중했어요.


 아빠와 아이가 한 루지에 몸을 싣고 바람을 가르며 내려오는데, 어찌 더 행복할 수 있겠어요. 처음에는 무서워하며 계속 천천히 가라는 아이도 두 번째 탑승 때는 상급자 코스로 가자고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조금은 무서울 수 있지만 아빠랑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용기를 채워나가는 것 같았거든요. 이런 경험들 덕분에 용기가 필요한 다른 경우에도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처음 모임을 추진할 때 저희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아마 엄마들이 걱정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엄마랑 떨어져 본 적이 없던 아이도 있었고, 단 둘이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는 아빠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친구들, 그리고 아빠들이 함께하니 아이들이 꽤나 잘 지내더라고요.


 처음 발대식을 할 때 두 번째 모임은 일단 첫 번째 모임을 해 보고 결정하자고 했어요. 사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흰 처음 모임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며 두 번째 모임 날짜와 장소를 정했어요. 심지어 이번에는 1박 2일입니다. 수영장이 딸린 펜션에서 수영도 하고, 갯벌 체험도 하고, 고기도 먹고, 뭐 이런 것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때도 괜찮겠죠?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아빠라면 한 번 정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아빠가 무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최고의 순간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한번 시작만 하면 뒤에 일은 알아서 다 진행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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