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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식 Sep 26. 2019

[A-10] 파업을 자제해 주세요!

[A-10] OO 시장입니다. 파업을 자제해 주세요!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쾨니히슈타인(Königstein)이라는 소도시에서 살 때의 일이다. 광역 전차망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할 때였는데, 기관사노조(GDL) 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모든 전차가 올스톱 되었다. 파업을 하느니 마느니 할 때여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아침 출근시간에는 운행이 될 줄 알고 (종점)역에서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역무원이 나와서 파업 때문에 전차(S-Bahn)의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아무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속으로 굉장히 놀랬다. 독일인이라고 해서 다 점잖치는 않을텐데, 어찌 그리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조용히 역을 빠져 나가는지...

기관사노조의 파업으로 텅 비어 버린 전차역

광주광역시에서 일 할 때였다. 모 타이어회사에서 임금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기로 조합원 총회에서 결의했다. 그러자 시장과 경총, 그리고 상의에서 기자회견을 각각 열고 (계획된) 파업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파업에서 흔히 보게 되는 풍경이다. 굳이 독일과 우리의 사례를 비교해 본 건, 우리의 현실(노사관계)이 독일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여기는 것을 그만두자는 취지에서 한번 비교, 제시해 보았다. 비정상 '어지러운 세상을 살다보면 그것도 때론 정상'이라 하지 말자는 것이다. 비정상에게 자신의 이름을 돌려 주자는 말이다. 비정상의 이름은 비정상이지 정상이 아니다(공자의 정명(正名)까지 굳이 들먹일 필요는 없겠다).

Mihály von Munkácsy 의 작품 '파업' (1895)

우리는, 지금까지 추구 맹목적인 경제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낳은 부작용으로 인해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원칙은 실종되고, 반칙이 당연시되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되었다.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혼란과 분열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폐해의 당연한 귀결인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회계컨설팅법인에서 근무할 때였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독일현지법인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독일인 회계사가 세무회계상 중대한 결함을 발견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허위 기장 내지는 분식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당시 함께 있던 한국인 회계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전달받은 회계 담당 과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류 한 장을 가지고 나타났다. 누락된 서류를 찾았다면서 가지고 온 것은 금액과 일자를 꼭 맞춘 계약서였다.  작성한 문서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서류를 구겨서 오는 기지도 발휘했다. 그리고 이 무용담은 이후 술자리에서 거듭 즐거운 안줏거리가 되었다.


술수와 거짓말, 요령이 원칙과 질서를 이기고, 이것이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한 지혜로운 처신이라고 평가받고 보상받는 사회. 급기야 팩트를 생명으로 해야 하는 언론방송이 ‘바보야 세상은 원래 그래. 왜 그렇게 순진해?‘라면서 거리낌없이 쓰레기 기사를 쏟아내는 사회. 비정상이 정상이 된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만들어지지도 않겠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 수 십년간 쌓여온 비정상적인 관행들이 모여 우리 사회는 곪을 대로 곪아 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상태는 단연코 어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이건 이념과도 무관하고, (경제)계급과도 무관하다. 우리 사회 모든 계층의 모든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다.


하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노동조합에 대해 지방정부 및 의회와 경제단체 등이 나서서 제발 파업하지 말라고 한다. 파업은 노와 사가 자치적으로 하는 노사관계 행위 중의 하나이다. 노와 사 이외에 누구도 간여해서는 안된다. 이게 원칙이다(‘이론과 현실은 달라요’라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 이유는 위에서 설명했다).


단체교섭이란, 노사간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밀고 당기는 교섭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으므로, 대등한 교섭이 사실상 어렵다. 이런 불균형을 시정해서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만들어 준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단체행동권)’이다. 이게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구미 각국이 모두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단체협약

물론 노사 양 측이 법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막무가내로 몰아부칠 때는 예외다. 그렇지 않고 정당한 교섭 끝에 ‘최후의 수단’으로서 파업이라는 쟁의수단을 선택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민들도 불편(대중교통, 청소 관련 파업)하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헌법이 그들에게 '정당한 파업'은 해도 된다고 허용하고 있는 마당에야. 그게 이 게임의 규칙이다.


대중교통, 청소, 쓰레기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파업이 오래 계속되면(파업으로 인해 한여름 파리의 거리에 쌓인 쓰레기를 뉴스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진다.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니까. 시민들의 불만은 노사 양 측에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때 어느 한 쪽이 정당하지 못한 대처로 인해 파업이 길어진다면,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잘못한 쪽이 마땅히 떠안아야 한다. 파업은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파업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물론 우리의 노사관계가 법에서 보장해 놓은 것처럼, 물 흐르듯이 굴러가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려면 노와 사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법률(노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지금까지의 ‘무지’ 내지 ‘무시’를 극복하고 중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법만 가지고 싸울 수는 없다. 양 측이 좀 더 고양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럴 때에만 비로소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고,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을 이루어 낼 수 있으며, 노사 양측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걷어 내고,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가다 보면 좀 더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가진, 성숙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마찬가지로 아래 [보충]을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



<다음 글>

[A-11] 노사 공동경영의 이상



[보충] 독일의 노동조합 모델


기업별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우리나라 및 일본과도 다르고, 정파 및 직종별로 노동조합(노선별 노동조합)이 조직된 서유럽의 다른 국가들(프랑스, 이태리 및 벨기에)과도 다른 독일식 노동조합모델(Deutsches Gewerkschaftsmodell)을 간략하게 살펴보자(아래의 내용은 주로 Wolfgang Schroeder/Samuel Greef, 2014 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독일식 노동조합모델은 독일의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앞 글에서 소개한 사회적 시장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식 노동조합모델의 특징은 아래의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전투적인 계급투쟁 일변도 또는 계급우호 일변도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파트너십에 기반해 갈등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모델(사회적 파트너의 의미는, 노와 사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대립하지만, 기본적으로 양 측 모두 기업의 경쟁력강화라는 대전제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업장차원 및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도라는 제도화된 기구를 통해 협의와 협조에 기반을 둔 노사문화가 촉진되었다)

노 측과 사 측이 각각 강력한 조직력과 협상력을 가진 산업별 연합단체 구성

독일 노사관계 갈등 조정의 이중시스템(기업내부와 외부로 분리)에서 적절한 균형 역할

정당 및 정부시스템과의 느슨한 연결고리


또한 독일식 노동조합모델은 산업별단체구성의 원칙(Industrieverbandsprinzip)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산업별단체구성의 원칙이란, 직업/직종별이 아닌 산업별로 노동자와 사용자 조직이 구성되는 것을 말한다. 독일의 경우, 이 원칙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산업별로 조직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직종별 노동조합(Spartengewerkschaft: 마부르거 연맹, 항공조종사노조, 기관사노조 등)이 존재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노총(DGB) 주도의 통합노동조합(Einheitsgewerkschaft) 모델(정치적 노선과 상관없이 조직되는 노동조합)이 독일식 노동조합모델의 중심축으로 확립되었다. 이는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노선별 노동조합(Richtungsgewerkschat) 체제에서 3대 노조연맹간의 경쟁으로 인해 노동자 측의 이해대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경험의 산물로 보인다. 어쨋든 1940년대 중반에 독일노총(DGB)이 주도하는 시스템이 만들어 졌는데, 이 독점구도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독일에는 3개의 노동조합총연맹이 있는데, 독일노총(DGB)이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맹이고, 나머지 2개의 노동조합총연맹으로는 독일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DBB, 1950년 창립)과 기독교노동조합총연맹(CGB, 1955년 창립)이 있다. 기독교노동조합총연맹은 규모가 가장 작은데, 2010년 현재 14개 노동조합이 가입해 있으며, 조합원 수(2009년 현재)는 약 28만명이다. 독일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에는 2013년 현재 39개 노동조합이 가입해 있으며, 조합원 수는 1,271,563명(2012년)이다.


1950년대에는 조직화된 노동자의 90% 이상이 독일노총(DGB) 산하 노동조합에 속했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약 800만명으로 추산되는 조직된 노동자 중에서 약 615만명(77%)이 독일노총 산하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독일노총은 단체협약 정책상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2015년 현재 독일노총에 가입된 조합원 수는 총 6,095,513명이다(http://www.dgb.de/uber-uns/dgb-heute/mitgliederzahlen). 독일노총 산하에는 8개의 산별노조가 있는데, 아래와 같다(2015년).


금속노조(IG Metall)  2,273,743명(37.3%)

통합서비스노조(Vereinte Dienstleistungsgewerkschaft: Ver.di)  2,038,638명(33.4%)

광산·화학·에너지노조(IG BCE)  651,181명(10.7%)

교육·학술노조(GEW)  280,678명(4.6%)

건설·농업·환경노조(IG BAU)  273,392명(4.5%)

식품·요식업노조(NGG)  203,857명(3.3%)

철도·교통노조(EVG)  197,094명(3.2%)

경찰노조(GdP)  176,930명(2.9%)


1990년 통일 후 구동독지역의 자유노동조합총연맹(FDGB)의 조합원이 대거 독일노총에 가입하면서 한때 1,180만명에 달했으나, 그 정점을 기준으로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10년 이후로 감소세가 멈추고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1990년의 정점을 기준으로 보면, 2015년 현재 약 42% 정도의 조합원 감소를 보인 셈이 된다(80년대에는 대략 790만명 수준을 보였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통일 효과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약 22%의 조합원 수가 감소되었다).


통합노동조합 체제 외에 또 하나의 특징은, 노총 산하 산별노조의 강력한 지위를 들 수 있다.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단체협약 정책면에서 보면, 독일노총의 역할은 미미하고, 대신에 산별노조가 교섭과 조정에서 중심역할을 한다. 독일노총은 산하의 산별노조를 지원, 조정하는 역할만 할 뿐, 직접 단체교섭에 임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산별노조는 직접 노사간 교섭을 하는 창구이며, 또한 사업장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개별 기업(근로자)의 노사문제에 관하여 법률적 조언, 조정 및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즉, 독일에서는 노총이 아니라, 산별노조가 노동조합의 핵심과제인 단체협약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조합비는 산별노조에 납부하고, 산별노조가 분담금을 노총에 납부하는 구조다. 세전 총급여의 1%를 조합비로 낸다. 교육·학술노조(GEW)만 예외인데, 0.7%(사무직)~0.75%(공무원)를 조합비로 낸다.


[보충] 단체협약의 당사자


노사간 단체협약 및 쟁의행위의 다른 한 당사자로서 노동조합의 반대편에는 사용자단체(Arbeitgeberverbände)가 있다. 사용자단체는 노동법상의 분쟁과 관련하여 회원 기업(사용자)들을 대변한다. 즉, 노사간 단체교섭의 당사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기업의 사용자)이다. 독일노총의 대척점에는 사용자단체의 상급단체인 독일 연방사용자단체연합(BDA: Bundesvereinigung der Deutschen Arbeitgebervervände)이 있다. 독일식 노동조합모델에서는, 강력한 사용자단체가 없다면 노조연맹도 없을 것이고, 이는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산별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직접 교섭하는 것이 통상적인 교섭의 형태이나(지역산업별단체협약 Flächentarifvertrag 체결), 산별노조와 개별 기업의 사용자가 직접 교섭(기업별단체협약 Haustarifvertrag 체결)하는 형태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의 경우가 기업별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대표적인 회사이다. 독일에서는 지역산업단체협약(Flächentarifvertrag)이 지배적인 단체협약의 형태이다.


[보충] 단일협약원칙(Prinzip der Tarifeinheit)과 협약자치(Tarifautonomie)의 충돌


 '단일협약원칙'이라는 것도 있다. 연방노동법원의 판례에 의해 확립된, 소위 법관법(Richterrecht)에 의한 것이다. 단일협약원칙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에는 하나의 단체협약'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하나의 노동관계에 다수의 단체협약이 체결(협약경합 Tarifkonkurrenz)되거나, 하나의 사업에 다수의 단체협약이 체결(협약병존 Tarifpluralität) 되어 있다. 이는 협약자치에 관한 헌법 규정 때문이다. 독일 헌법 제9조 제3항에 따르면, '노동조건 및 경제조건을 유지 및 향상시키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는 권리는 모든 개인에게 그리고 모든 직업에 대하여 보장'된다. 즉 누구라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또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독일노총 산하 산별노동조합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은, 1999년 항공기조종사노조(Vereinigung Cockpit: VC)가 독일사무직노조(DAG)와 결별하고, 2001년 독자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한 때 부터이다. 이 노조들은 3대 노조총연맹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직종별 노동조합이다. 그 외 대표적인 직종별 노조로는 종합병원 의사노조인 마부르거 연맹(Marburger Bund, 2006년 독자협약 체결), 그리고 독일기관사노조(GDL, 2007년 독자협약 체결)가 있다. 이 노조들은 쟁의를 통해 사회적 이슈화에 성공하면서 독자적인 조직화의 길을 걷고 있는 대표적인 직업별 노동조합들이다. 독일노총 산하 산별노동조합과는 더 좋은 노동조건의 단협체결을 위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전문직노조를 바라보는 사용자단체들의 시선은 곱지는 않다. 단협 체결을 둘러싸고 더 강한 목소리를 내는 노조를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일률적인 단체협약 정책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독일노총(DGB)과 사용자단체연합(BDA)이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종별노조들이 조직을 강화해가는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직종별노조가 독자적인 협약정책을 추구하는 이유로는, 대개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병원, 항공산업 등에서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리면서 민영화가 추진되어 해당 산업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던 점 그리고 역시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준공무원 신분이던 해당 직업군(기관사)의 신분이 변화된 점, 둘째로는 해당 직업이 정보통신기술의 향상으로 인해 직무요건이 크게 바뀐 점, 그리고 셋째로 통합서비스노조(ver.di)로의 통합에 따른 생산직 조합원 중심의 노동정책으로 인한 사무직조합원, 의사, 기관사 등 고학력직업 종사자들의 불만, 독일노총의 대응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보충] 단일협약원칙을 둘러싼 논란


2010년 연방노동법원이 단일협약원칙을 파기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마부르거연맹이 병원과 체결한 단체협약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이 후 직종별 소소노조가 사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나 협약병존이 단일협약원칙과 법적 안정성 및 명확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독일노총(DGB)과 독일연방사용자단체연합(BDA)가 공동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였고, 결국 2015년 기존 단체협약법(Tarifvertragsgesetz)에 새로운 조항이 신설(제4a조)됨으로써 단일협약원칙이 부활하였다.


그런데 2017년 1월에 개정 법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11건 제청되었는데, 다수의 원칙에 따라 가장 많은 조합원을 가진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그 사업의 단일한 단체협약으로 한다면, 단체협약의 (상대적) 평화의무(relative Friedenspflicht)에 따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동안에는 이미 단협에 규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므로, 소수 노동조합의 파업권이 제한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7년 7월에 개정된 단체협약법의 신설 조항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보충] 파업과 산별노조


다른 나라들에서는 사업장내의 문제가 파업으로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서는 사업장 내의 갈등과 문제는 사용자와 사업장협의회 간에 협의를 통해 조율된다. 노동조합의 문제로까지 가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조가 지배적인 조직형태인데, 이것은 법률로 강제된 것이다. 조직형태가 기업별로 강제되다 보니, 중소 영세기업에 설령 노조가 결성되더라도 그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더구나 정규직 중심의 노조체제는 비정규직들과의 노노갈등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비정규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노조의 활동이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다보니 자체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경제 실리주의로 흐르면서, 노동자 전체의 요구와 이해관계 그리고 사회적인 요구 등에서 멀어지고, 노동조합은 사회적 정당성을 상실함으로써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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