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노사 간 협약 구도 (1)
밖에선 단체협약, 안에선 사업장협약
독일 기업에서 노동자들의 이해가 대변되는 통로는, 대략 4가지로 본다.
- 공동결정법에 따라 감독이사회(Aufsichtsrat)의 1/2 또는 1/3을 구성하는 노동자 대표
- 사업장기본법에 따라 설치되는 사업장평의회(Betriebsrat)
- 보건 및 작업안전에 관한 종업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안전위원회(ASA)
- 노동조합의 사업장 내 활동가(소위 노조신임자)
이 중에서 사업장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에 따라 사업장 내에 설치되는 사업장평의회(사업장협의회 또는 경영협의회로 부르기도 한다)에게는, 동법이 막강한 “경영참여권(Beteiligungsrecht 또는 Mitwirkungsrecht)”을 부여하고 있다. 사업장 내 노동자의 경영참여권에는, 단순한 정보 및 협의권부터 공동결정권까지 망라되어 있다.
공동결정권이 부여된 사안에 관하여는 사용자가 단독으로 결정해서 시행하지 못한다. 항상 사전에 사업장평의회의 동의를 구한 후에 시행하여야 한다. 한국 기업의 시각으로는 매우 낯선 제도이지만, 독일에서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과 제도를 수용하여야 한다.
공동결정권이 부여된 사안에 대해서는, 사업장평의회와 사용자가 서면으로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것이 “사업장협약(Betriebsvereinbarung)”이다. 사업장협약은 동법 제77조 제4항에 따라, 직접적이고 강행적인 효력을 가진다.
이처럼 법률과 같은 사업장협약의 체결을 강제하기 때문에, 사업장기본법을 기업 내 “꼬마 헌법”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위에서 사업장협약은 공동결정권이 부여된 사안에 대해서 체결된다고 하였다. 공동결정권이 부여된 사안이란, 동법 제8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안을 말한다. 근로시간의 시종에 관한 사안, 임금 지급방법에 관한 사안 등등이다.
물론 공동결정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은 사안에 관해서도 노사는 사업장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를 임의적 사업장협약이라고 하여 위의 강행적 사업장협약과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협약을 이미 체결하였다면, 그것이 임의적 사안이든 강행적 사안이든, 사업장협약에 붙은 각종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노사 간에 체결된 사업장협약에 대해서는, 사업장기본법에 따라 노와 사에게 각종 의무가 붙어 있다. 주로 사업장협약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관한 사용자의 의무와 이를 감시할 사업장평의회의 권한 등이다.
노동법을 알고 있는 독자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독일의 사업장협약은 우리의 “취업규칙”과 유사한 것이다.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독일에서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회사는 사업장협약과 사업장평의회에 관해서 사전에 충분히 학습하고 있어야 한다.
규모가 작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고 현지 종업원들이 사업장평의회를 구성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현지 노동법상의 규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각종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노사 간에 갈등과 불화가 생기게 된다. 노동법상 규정, 노사문화 등에 있어서 그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처음에는 거의 예외없이 사안을 묻어 버리게 된다. 꿩이 머리만 수풀에 박고 있는 격이다. 상황이 악화되면, 현지법인의 경영진은 무력해진다. 현지의 노동법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상황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사에 대해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사업장협약이 취업규칙과 비슷하긴 한데, 디테일로 들어가게 되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노사간 협약 구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글이 길어져 버렸다. 자주 하는 얘기지만, 독일의 제도는 한 방에 설명되지 않는다. 나누어서 설명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