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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Dec 31. 2023

2023년 10~12월 독서 결산

매달 독서 결산을 했는데 이번엔 10월부터 12월까지 세 달치를 결산합니다. 9월부터 읽던 책이 다음 달, 다다음 달까지 넘어가기도 했고 10월과 11월은 예능 '최강 야구'와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을 정주행 하느라 바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독후 감상문 쓰기 싫어 책을 읽기 싫어지는 상태가 되니 조금은 힘을 빼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독서 결산은 '결산'보다는 '독서'에 힘을 실어 봅니다.  




1. 은모든, 한 사람을 더하면 (10월)

이것은 상상인가, 예측인가. 머지않아 우리가 겪을 미래의 모습인 것 같아 소름이 오싹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혼인과 출산을 통해 이루는 현재의 정상적 가족이 아니라 원하는 이들과 가족이 되는 결합 가족의 형태가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마침 이 책을 읽기 직전 책이 <에이징 솔로>여서 가족의 형태나 정상 가족의 대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어둡고 답이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도 연대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었다.


2.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10월)

앞선 책의 키워드가 '연대'였다면 이 책의 키워드는 '다정함'이다. 바쁘고 팍팍한 삶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다정하게 들여다보면 삶이 한결 나아질 수 있다는 따뜻한 책이다.


3.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9월~12월)

뭔가 내가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생각들을 명확하게 보여준 책이었다. 예를 들어 이 세상은 다른 이해관계,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한쪽만 옳고 한쪽만 그르다는 것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


4. 안희정,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9월~12월)

브런치 이웃 안희정 작가님의 깊은 성찰이 드러나 있는 에세이.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되는 인생은 아니지만 따뜻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잘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송희구,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10~11월)

몇 년 전에 송희구 님의 전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후속작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를 도서관에서 예약해 뒀다가 한참 기다려 대출했다. 전작보다 재밌지는 않지만 어쨌든 가볍게 훌훌 읽었다. 전작이 부동산 관련이라면 이번 책은 사업 관련인데, 책 한 권에 사업 관련 내용을 단편적으로 넣다 보니 사업이 너무나 간단하고 단순해 보인 면도 있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경제에 관심 좀 가져야 할 텐데.  


6.  문지혁, 초급한국어 (10월) 

이 책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습과 외국에서 살아가는 유학생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다. 나는 예전에 잠깐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본 적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주제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느낀 건 이방인의 정서라고 해야 할까.


7.  문지혁, 중급한국어 (11월)

미국에서 유학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던 작가가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결혼하고 아이 아빠가 되면서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친다. 이번 책의 주제를 압축하자면 '글쓰기와 인생'이다. 이 책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을 인용한다.


우리의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는 한 우리는 모두 영웅이에요. ‘써야 한다’는 소명을 갖고 책상 앞에 앉지만, 언제나 써야 하는 이유보다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죠. 소명을 거부하다가 어찌저찌 ‘문지방’(학교 다닐 때 제 별명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참 못됐죠.)을 넘어 글 속으로 들어가면 거기에서부터 진짜 고난과 시련이 시작됩니다. 세상에 술술 써지는 글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우리의 영웅, 나의 글 쓰는 자아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옛 용사들이 용과 싸워 이긴 것처럼 용보다 더 무섭고 포악한 ‘하얀 여백’ 혹은 ‘데드라인’ 아니면 ‘성적’ 같은 괴물들과 맞서 싸운 다음 승리를 거두죠.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나면 여러분은 문지방을 넘어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빈손이라고요? 아닙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영약이 여러분의 두 손에 쥐어져 있어요. 쓰기 전의 나와 쓴 다음의 나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말했잖아요? 우리는 A에서 A’가 되었으니까요.

…… 저기, 저기 자고 있는 영웅 좀 깨워 주시겠어요? (p. 46~47)


8. 데이비드 호킨스, 놓아버림 (11월)  

독서 모임 때문에 읽은 책인데 진짜 읽기 힘들었다. 나의 분노, 억울함, 자만 등의 감정을 어떻게 놓아버릴 수 있을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놓으라는 내용은 없고 그런 감정을 놓아버리면 좋다는 얘기만 반복되어 읽다가 울화통이 터질 뻔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언급된 예시들도 너무 공감이 안 갔다.

그런데 같이 모임 하시는 두 선생님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이 배웠다. 한 선생님이 해주신 본인 인생의 얘기는 두고두고 생각날 듯하다. 갑자기 닥친 사고에 '나는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 내 인생 왜 이래? 억울해. 누구도 원망스럽고 누구도 원망스러워.'라는 생각을 하셨는데 결국 '내가 이렇게 죽으면 이런 감정만 남겠구나.' 싶어 그 감정을 다 놓아버리시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셨다고 한다. 나는 미천한(?) 인간이라 그렇게까진 못하겠지만 앞으로 분노와 억울함에 내가 잠식당하려 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자 한다. 독서 모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는데 언제 다시 읽을지는 미지수다.  


9. 미셸 자우너, H 마트에서 울다 (12월)

한국인 엄마가 암으로 떠나간 후 엄마가 해주던 한국 음식을 저자가 스스로 해보며 엄마를 기억한다. 엄마에 관한 얘기다 보니 나도 나의 엄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는 엄마가 몇 날 며칠 소 뼈를 우려 곰국을 해오고 괜찮다는데도 반찬을 해오는 게 싫었다. 우리 엄마가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왜 저리 억척스러울 정도로 챙겨줄까, 먹을 게 없는 세상도 아닌데. 또 한편으론 만날 적마다 말랐냐, 얼굴에 주름 생겼다, 크림 발라라, 팩 좀 해라 등등의 잔소리는 안 할 수 없는지 불만이었다. 그런데 그건 우리 엄마만 그런 게 아니었다. K-엄마들의 소통 방식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저자처럼 이민 간 K-엄마도 마찬가지)


10. 소택언니/글로공명, 나는 사모님 말고 사장님이 되기로 했다 (12월) 

지역 도서관에서 개최된 북토크에 참석하면서 알게 된 책이다. 우리 모두 사장이 될 수 있고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지만 나는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야 한다'를 이 책의 주제로 보았다. 자기 계발도 남들 하는 대로 남들이 마련한 대로 하지 말고 내 계획과 내 주도로 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도서관에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내년엔 하루종일 회사에 있어야 하니 그런 재미는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는 걸 지속하는 게 내년의 소박한 목표입니다.


올해 읽은 책을 결산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일일이 엑셀 파일에 입력하여 통계를 냈는데 은근히 품이 드는 일이라 내년부턴 다른 툴을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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