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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05. 2023

2023년 9월 독서 결산

9월은 독서 정체기였습니다. 많이 읽지는 못해도 독서를 놓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적게 읽으니 정리하기 편해서 좋긴 하네요.



 

1.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오랜만에 여운이 진하게 남는 소설을 만났다. 화자 '나'의 아버지는 빨치산 활동으로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는 사회주의자이다. 아버지는 출소 후에도 생활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실천한다. 자신도 가난하고 어려울지언정 민중을 위해 기꺼이 남을 도와준다. 믿었던 이에게 속아 손해 보는 상황에도 "오죽허면 그랬겄어?"라는 말로 타인을 이해하려 한다. 제 실속은 못 챙기고 바보같이 사는 아버지의 모습이 블랙코미디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평생을 빨치산의 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삶을 살았는데, 갑작스럽게 떠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아버지의 지인들과의 만남 및 옛날 회상을 통해 비로소 사회주의자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젊을 때 한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사회에서 배제되는 개인의 비극이자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을 그리고 있으나, 소설 속 어투는 무겁지 않다. 곳곳에 위트와 해학이 가득해서 독자 입장에선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그린 것은 역시 저자의 힘이라 하겠다.


  

2. 고수리,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절망스럽고 어두운 삶에서도 작은 온기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건 그런 온기 덕분이리라.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온기를 충전하였다. 어두움은 어두움으로, 미움은 미움대로 남겨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3. 정지아, 자본주의의 적


소설집과 같은 제목인 첫 작품 <자본주의의 적>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나’의 대학 시절 친구 현남은 있어도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문창과지만 소설을 써야 한다는 욕심도 없고 그렇다고 죽도록 싫은 것도 없다. 이런 현남은 자신과 비슷한 남자와 결혼하고 비슷한 아들 둘을 낳아 ‘자폐가족’을 구성한다. 욕심도 없고 타인과 비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나이 먹는 것 말고는 변화도 없이 조용하고 단조롭게 살아가는 자폐가족 앞에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동력으로 삼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확대재생산 속에 괴물처럼 팽창”하는 자본주의는 맥을 못 춘다. 이 시대 자본주의의 적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더 갖고 싶고 더 누리고 싶은 욕망 없이 “이대로 가만있고 싶다”는 상태이다.


저자의 실명을 제목에 담은 <문학박사 정지아>도 웃기고 은근히 따스하다. (정지아 작가의 시니컬한 유머가 내 맘에 쏙 든다.)


난데없는 계기로 보드라운 발바닥을 갖고 싶어 150만 원 월급 중 85만 원을 풋케어와 발 관리 제품에 쓴 60대 경비원의 이야기를 그린 <계급의 완성>도 인상적이다. 여기선 발바닥을 계급의 상징으로 그려내고 있다.  



4. 정태익, 김도윤 외, 머니트렌드 2023


부읽남 정태익, 김작가 김도윤 외 6인이 2023년 경제 트렌드를 전망했다. 한 해가 거의 다 간 시점에 이 책을 읽다 보니 벌써 <머니트렌드 2024>가 나왔고. 전반적 경제 전망, 부동산, 주식 외에도 테크(넷플릭스, 유튜브, 소셜미디어, NFT, AI 등), 인구 감소 관련 내용(정년 나이, 복지, 고령화 산업, 1인 가구 등)도 다룬 책이라 경제 흘러가는 걸 대략적으로 훑을 수 있었다.



* 이번 달 나를 스쳐 지나간 책 : 조지 오웰, <동물농장>. 언젠간 읽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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