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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an 07. 2024

왜 하필 윤년?

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 큰아이가 말했다.

“이제 366일 후면 크리스마스예요.”


나와 남편은 의아하게 물었다.

“왜 366일이야? 오늘이 크리스마스니까 365일 후지.”

“내년(2024년)이 윤년이라 2월에 29일까지 있거든요.”

“으아! 왜 하필 내가 출근할 때 윤년이야?”

약 2년 가까이 휴직 생활을 하다가 1월부터 복직을 앞둔 나는 절규했고, 방학이 있는 남편과 아이들은 하루 더 방학이라고 춤을 추며 좋아했다.


왜 하필 내가 복직하는 해에 윤년이냐고 몇 번을 구시렁대던 나에게 큰아이가 뼈를 때리는 말을 하였다.

“엄마, 복직을 결정한 건 엄마잖아요. 저희가 복직하라고 했어요?”


옆에서 남편은 내가 서운해할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엄마가 일하는 건 너희들을 위해서고 우리 가정을 위해서다 등의 설명을 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뎅 울리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그렇다. 복직을 선택한 건 나 자신이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물론 더 이상 휴직을 연장할 수 없는 환경,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등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복직을 결정하였다. 여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억울함과 두려움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여지가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까마득함과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내 손에 든 카드가 유일한 한 장이 아니라 두어 장쯤일 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카드 중 하나를 내 손으로 낸다는 생각이 들면, 힘든 순간에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내 손에 든 몇 안 되는 카드가 다 변변치 못해 보여서 문제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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