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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an 19. 2024

선물이 주는 힘

복직 열흘 전 추위가 살을 에릴 만큼 혹한이 찾아온 날, 예전에 일하던 부서에 함께 있던 선배와 후배를 만났다. 선배는 몇 년 전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였고 후배도 육아휴직을 갔다가 얼마 전에 다른 부서로 복직하였다.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가끔씩 안부를 묻고 얼굴을 보는 사이다.


선배가 밥을 사주고 후배가 커피를 사주었다. 그들이 아직 휴직 상태인 나에게 복직하면 사라고 하기에 나는 흔쾌히(?) 얻어 먹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하다가 후배가 선물을 하나 내밀었다. 세면용 클린징폼 가루다. 보통 튜브 형태로 짜서 쓰는 클린징폼을 많이 쓰는데 가루 모양 클린징폼은 처음 봤다. 후배는 자신이 써보고 좋아서 여러 개 샀다며 나와 선배에게 하나씩 주었다. 그러자 선배는 나에게 가방을, 후배에겐 파우치를 선물했다. 원래는 가방을 돈 주고 사기로 했던 지라 나는 선배에게 입금했지만 선배는 단호하게 송금을 거부했다. 어쩌다 보니 나는 밥과 커피도 얻어 먹고 선물까지 얻어 왔다.


선배가 준 작은 가방은 출퇴근용 가방이 되었다. 출근할 때마다 가방을 선물해준 선배를 생각한다. 선배가 나의 출근을 응원해주는 기분이 들어 가방은 든든한 출근 메이트가 되었다. 또한 아침 저녁 세수할 때마다 클린징폼을 선물해준 후배를 생각한다. 생소한 신문물 클린징폼 가루에 대해 설명해주던 후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선물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인색한 편이라기보다 뭘 선물해야 할지 몰라서 선물을 포기하는 편이라고 할까. 그런데 선물은 어떤 힘이 있는 듯하다. 선물 준 사람은 나와 물리적으로 멀리 있어도 선물이라는 물건은 내 곁에서 힘이 되어준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도 다음엔 뭔가를 선물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고민이다.


복직 후 며칠 만에 맞은 생일에 받은 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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