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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Feb 06. 2024

자연은 내 편

힘든 날이었다.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나 자신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생각이 들고,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욱여넣느라 머리도 아팠다. 게다가 타 부서에 업무 협조 차 연락했다가 싫은 소리를 들었다.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일을 왜 그렇게 하냐는 말에 오랜만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머리가 복잡한 상태에서 퇴근했다. 일은 일일 뿐이라 되뇌어도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랬다. 제법 날이 풀려,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혹독한 바람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었다. 이 바람은 내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까지 쓸고 가주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떤 날은 상사 때문에, 어떤 날은 팀원이나 타 팀원 때문에, 또 어떤 날은 일 자체 때문에 힘에 부친다. 문제는 그 순간만 힘든 것이 아니라 힘듦이 지속된다는 것. 짜증 났던 일과 내 속을 긁었던 사람에 대해 한참을 곱씹게 된다. 그로 인한 미움과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한껏 퍼붓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최선이 아님도 안다. 어차피 일하느라 발생한 일이고 각자 성향이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인데 일일이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롯이 혼자 일하는 게 아닌 이상 상호 간에 입장 조율이나 기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마음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오늘 퇴근길처럼. 시원한 바람이 머릿속 고뇌를 쓸어가 주어 지하철에서 나는 제법 괜찮았다. 바람이 아니었다면 계속 씩씩대며 지하철에 앉아 있었을 게 뻔하다.



직장생활이라는 한 편의 우울한 영화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난데없이 끼어든다. 때로는 별빛이, 때로는 태양이, 때로는 나무가, 때로는 꽃들이. 그러면 우울했던 영화가 제법 아름다운 영화가 된다. 인생의 고단함을 잠깐이나마 날려주며, 그래도 제법 살아볼 만하지 않느냐고 속삭이는 자연은, 확실히 내 편이다.     

출근길 떠오르는 태양



* 대문 이미지: Microsoft Bing Image Creator에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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