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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an 29. 2024

나 하나 출근시키겠다고

맞벌이 가정에서 누가 아이를 볼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엄마 아빠의 출퇴근 시간과 아이의 스케줄을 고려하여 육아 담당자를 정해야 육아에 구멍이 나지 않는다.

내가 복직하면서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아이들은 많이 커서 스스로 시간에 맞춰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하면 많이 편해졌지만, 그래도 끼니를 챙겨줄 보호자는 필요하다.

일단 첫 주는 남편이 최대한 아이들을 보기로 했다. 방학인 아이들에게 아침과 점심, 간식, 저녁을 챙겨주고 퇴근하는 나에게 저녁상까지 차려주며 ‘현부양부’의 모습을 보였다. 새벽에는 차로 15분 거리인 지하철역까지 태워주기도 했다. 남편은 갔다 와서 다시 자면 된다고 했지만, 가장 졸린 새벽에 30분의 잠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에 고맙고 미안했다. 그러나 남편 자신에게도 바쁜 하루가 남아 있었고 해야 할 일도 한가득이라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는 없었다.

현부양부의 요리 산출물


둘째 주부터 지하철역까지 가는 건 택시를 이용했다. 스케줄도 아이들에게 아침 차려주는 건 남편이, 이후 일정은 친정 엄마가 담당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내가 복직하면서 친정 엄마도 평일의 산책, 영화, 여행 등을 포기하게 되었다. 주 1회는 시어머니의 도움도 받기로 했다. 엄마와 어머니는 아이들을 봐주러 오시면서 국이며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다. 육아에 음식까지, 어머니들의 숙제가 늘었다. 휴직 기간 동안 어머니들에게 반찬 한 번 만들어드린 적도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오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작은아이는 매일 밤 “엄마, 같이 자면 안 돼?”부터 시작하여 “엄마 내일 회사 안 가면 안 돼?”라며 눈물범벅이다. 늘 안아주고 뽀뽀해주던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 몇 시간밖에 안 된다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가다. (그러나 정작 낮에는 나에게 전화하지도 않고 내가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아이의 전화는 늘 무음 상태.)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큰아이는 내가 마음 아파할까 봐 딱히 힘들어하지 않는 척한다. 그러나 아이가 내색하지 않아도 큰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큰아이는 학교나 학원이 끝나면 거기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조잘조잘 엄마에게 얘기하고 싶어서 자주 전화한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서 회의 때문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부서는 왜 이리 회의가 많은 것인가!) 밤에 작은아이가 나에게 엄마 회사 가지 말라고 하면 큰아이는 제법 의젓하게 “그렇게 하면 엄마 힘드시잖아.”라고 말해준다.

나 하나 출근시키겠다고 온 가족이 비상이다. 바뀐 상황에 적응하려고 다들 애쓰고 있다. 물론 나도 포함하여.

별 보며 출근하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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