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하기 직전에 여행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회사에서 쓸 만한 텀블러 하나를 사야겠다며 리조트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내 마음에 드는 텀블러가 없어서 나가려는데 귀여운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제주 스타벅스에서만 살 수 있는 한라봉 모양의 머그컵이었다. 깜찍한 모양에, 적당한 크기에, 고무 패킹이 붙어 있는 뚜껑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당장 한라봉 머그컵을 구매했다. 회사에서 이 컵에다 커피 마실 상상을 하니 빨리 회사에 가고 싶어졌다.
그동안 복직 부서가 정해지고 출근일이 다가오니 무척 싱숭생숭했다. 압박감에 자다가 벌떡 깨기도 했고 악몽도 꿨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귀여운 컵 하나에 출근하고 싶어지다니? 놀라웠다. 이런 게 바로 아이템의 힘인가?
출근하기 전에 텀블러도 하나 샀다. 하루에 커피 두 잔은 마셔야 하고 물도 마셔야 하니 머그컵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몇 년 전에 무료로 받은 텀블러 몇 개가 있지만 그걸 들고 가고 싶진 않았다. 출근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 취향에 맞는 ‘새 물건’이 필요했다. 한라봉 머그컵과 텀블러를 씻어 두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업무를 해도 두렵지 않은 기분이었다!
출근 첫날부터 한라봉 머그컵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게 뭐예요? 이런 거 처음 봐요.”
“귀엽죠?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한라봉 머그컵이에요.”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자식을 자랑하는 것마냥 한라봉 머그컵을 자랑하였다. 커피를 내리면서도 기분 좋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기분 좋고, 책상에 올려진 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머그컵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