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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15. 2024

봄을 기다려요

저는 잘 지냅니다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아주 오랜만에 취향 저격인 노래를 만났습니다.

바로 '한로로'라는 뮤지션의 '입춘'이라는 노래입니다.

곡의 분위기와 가수의 목소리, 섬세한 가사까지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곡입니다.


이 밤에 생각나서 듣다 보니 절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 안부 인사라도 전해 봅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충실하게 살지만 아주 열심히 살지는 않으면서 그렇게요.

몇 달 동안 삶의 의욕이 꺾일 만큼 저를 괴롭히던 귀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완전히 말짱해졌다고 하기엔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더 이상은 음성 변조 목소리나 머릿속까지 광광 울리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복직하고 너무 긴장하고 무리했던 것 같아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몰아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또 따라잡겠다고 열심히 살기도 했습니다. 출퇴근길에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 업무 등등 촘촘하게 시간을 쓰면서 나 제법 알차게 산다고 뿌듯해했는데, 건강이 나빠지니 다 소용없더라고요.


건강 회복을 위해 술과 커피를 끊고 밤에 일찍 자고, 아침 출근길에도 무조건 잤습니다. 퇴근길에는 20분만 영어 공부를 하고 그다음부턴 동영상을 보며 놉니다. 이어폰이 귀에 안 좋을 테니 이어폰도 한동안 안 꼈는데 지하철에서 인터넷 뉴스만 보는 것도 고역이라서요. (글은 왜 안 쓰고 독서는 왜 안 하냐고 묻지 마시라.)   



얼마 전 엄마의 칠순 파티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브런치북으로 연재하여 10편 꽉 채운 편지를 엮어 책으로 드리고 싶었지만, 먹고사느라 바빠서 혹은 귀 때문에 잘 자야 해서 혹은 퇴근길엔 좀 놀아야 해서 10편을 도저히 쓸 수 없었습니다. 미리 써둔 4편에 급히 쓴 1편까지 총 5편을 잘 프린트하여 엄마께 드렸습니다.

"야, 이거 뭐 오글거려서 읽을 수나 있겠냐?"

엄마의 반응이었습니다. 역시 엄마는 재밌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네 편지를 읽고 또 읽고...'라는 문자를 보내셨네요. 그 한 줄에 엄마의 마음이 다 전해졌어요. 제 마음도 잘 전달된 듯합니다. 역시 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춘'을 들으며 봄을 기다립니다. 아직 많이 덥지만 벌써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봄을 기다리게 되네요. 이게 노래의 힘이겠지요.  


오늘이 말복이라네요.

이 노래를 들으며 저에게 마지막 여름 인사를 건네줘요.   


https://www.youtube.com/watch?v=kIiW3XRP7bU

한로로, 입춘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바삐 오가던 바람 여유 생겨 말하네요

내가 기다린다는 봄 왔으니 이번엔 놓지 말라고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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