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말짱해졌다고 하기엔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더 이상은 음성 변조 목소리나 머릿속까지 광광 울리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복직하고 너무 긴장하고 무리했던 것 같아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몰아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또 따라잡겠다고 열심히 살기도 했습니다. 출퇴근길에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 업무 등등 촘촘하게 시간을 쓰면서 나 제법 알차게 산다고 뿌듯해했는데, 건강이 나빠지니 다 소용없더라고요.
건강 회복을 위해 술과 커피를 끊고 밤에 일찍 자고, 아침 출근길에도 무조건 잤습니다. 퇴근길에는 20분만 영어 공부를 하고 그다음부턴 동영상을 보며 놉니다. 이어폰이 귀에 안 좋을 테니 이어폰도 한동안 안 꼈는데 지하철에서 인터넷 뉴스만 보는 것도 고역이라서요. (글은 왜 안 쓰고 독서는 왜 안 하냐고 묻지 마시라.)
얼마 전 엄마의 칠순 파티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브런치북으로 연재하여 10편 꽉 채운 편지를 엮어 책으로 드리고 싶었지만, 먹고사느라 바빠서 혹은 귀 때문에 잘 자야 해서 혹은 퇴근길엔 좀 놀아야 해서 10편을 도저히 쓸 수 없었습니다. 미리 써둔 4편에 급히 쓴 1편까지 총 5편을 잘 프린트하여 엄마께 드렸습니다.
"야, 이거 뭐 오글거려서 읽을 수나 있겠냐?"
엄마의 반응이었습니다. 역시 엄마는 재밌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네 편지를 읽고 또 읽고...'라는 문자를 보내셨네요. 그 한 줄에 엄마의 마음이 다 전해졌어요. 제 마음도 잘 전달된 듯합니다. 역시 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춘'을 들으며 봄을 기다립니다. 아직 많이 덥지만 벌써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봄을 기다리게 되네요. 이게 노래의 힘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