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
코 끝에 느껴지는 공기가 확 다르다.
새벽엔 달을 보고 출근하고 퇴근할 땐 이미 깜깜한 야속한 겨울, 겨울.
오늘 저녁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 추위가 싫어 털모자가 달린 롱패딩을 입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반팔을 입은 여자 중학생이 있다. 오우! 보기만 해도 추워. 열이 뻗치는 건 남자 중학생만이 아니었던가?
학원 차에서 내린 큰아이를 만났다. 중학생 아이가 날 의아하게 보며 물었다.
"왜 롱패딩을 입었어요?"
"추우니까!"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요? 오늘 우리 반에 반팔 반바지 입고 체육 한 애도 있었어요."
우리 집 앞에는 '가을한정 하트나무'가 있다. 가을에 단풍 든 이파리 모습을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빨간 하트처럼 보여서 내가 붙인 별명이다. 재작년에 발견하고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1년을 별러 작년에 사진을 남기려 했다가 또 시기를 놓쳤다.
올해는 사진을 꼭 남길 셈이라 일단 아쉬운 대로 노란 하트를 찍었는데, 붉게 물들기도 전에 이파리가 죄다 떨어져 버렸다.
아아, 나의 가을!
내가 좋아하는 가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지난한 겨울이 왔다. 어둡고,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슬기롭게 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새 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