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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단상

by JOO

겨울이 왔다.

코 끝에 느껴지는 공기가 확 다르다.


새벽엔 달을 보고 출근하고 퇴근할 땐 이미 깜깜한 야속한 겨울, 겨울.

출근하려 집을 나서며. 갤럭시폰 30배 줌 확대 달 사진(우)


오늘 저녁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 추위가 싫어 털모자가 달린 롱패딩을 입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반팔을 입은 여자 중학생이 있다. 오우! 보기만 해도 추워. 열이 뻗치는 건 남자 중학생만이 아니었던가?


학원 차에서 내린 큰아이를 만났다. 중학생 아이가 날 의아하게 보며 물었다.

"왜 롱패딩을 입었어요?"

"추우니까!"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요? 오늘 우리 반에 반팔 반바지 입고 체육 한 애도 있었어요."

늦가을 혹은 초겨울, 우리 동네


우리 집 앞에는 '가을한정 하트나무'가 있다. 가을에 단풍 든 이파리 모습을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빨간 하트처럼 보여서 내가 붙인 별명이다. 재작년에 발견하고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1년을 별러 작년에 사진을 남기려 했다가 또 시기를 놓쳤다.

올해는 사진을 꼭 남길 셈이라 일단 아쉬운 대로 노란 하트를 찍었는데, 붉게 물들기도 전에 이파리가 죄다 떨어져 버렸다.

아아, 나의 가을!

가운데가 뚫려 있는 하트 나무

내가 좋아하는 가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지난한 겨울이 왔다. 어둡고,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슬기롭게 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새 봄이 오겠지.

붉디붉은 밤단풍 (밤양갱 아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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