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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Jun 09. 2018

바이 뉴욕.

하루일기




시작과 끝은 34가 8 애비뉴였다. 


12년 전 이민가방 2개와 함께 도착한 34가의 밤 풍경을 잊지 못한다. 이따금씩 생각나는 그 날의 밤은 마치 엊그제 일처럼 이토록 생생한데, 뉴욕의 마지막 밤 풍경을 마주하고 있는 오늘의 나는 그때의 나와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 성장했고, 경험했고, 좌절했으며, 실패했고,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으며, 버티어내고 내어, 말도 안 되는 기적 같은 일들을 선물 받기도 했다 — 그렇게 나의 청춘 세월을 이 곳에서 하루하루 쌓고 살다 보니 참 길고 긴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 곳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벅참이 언제부턴가 소소한 일상이 되어버려 내 마음의 감흥을 잃었을 뿐, 마지막 한 달 동안 바지런히 다시 바라본 뉴욕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벅차고 뭉클하고 좋더라. 아직 떠나는 아쉬운 마음이 새로운 시작의 설렘보다는 조금 더 크지만 새로운 숲에서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며, 뿌리를 내리고 시간을 지내다 보면 또다시 나만의 숲이 다시금 튼튼하게 자라 날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그 믿음 하나가 나를 충분히 위로하고 있는 듯하다. 


집을 두고 먼 여행을 떠나는 마음 — 언제고 금방 돌아올 것처럼, 내가 서울에서 뉴욕에 왔을 때처럼, 그런 마음과 믿음으로. 다 잘될 거다. 


From June 24, 2006 to April 10, 2018



(2018년 4월 10일 화요일이었다. 저장해둔 글을 묵은지 꺼내는 마음으로 늦게나마 이 곳에 포스팅을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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