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기
찰리 브라운의 철학을 보면 행복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사소한 일상 같은 것.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그 행복함을 누릴 수 있다고 노래로 말해주는 것 같다. 아주 앙증맞게. 행복은 길 가다 줍게 된 몽당연필이나 두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에서 오는 것처럼. 정말 소소하게 스며든다.
나의 한 달 남짓한 캘리포니아 생활에서 오는 행복은 — 우연히 바라봐도 언제나 청량한 하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하는 출퇴근길. 3불 점심의 소소한 기쁨. 새로이 혹은 반갑게 다시 만나는 사람들. 돈은 왕창망창 쓰고 있지만 그래도 또 다른 나의 공간을 하나, 하루씩 채워가고 있는 흔치 않은 즐거움. 꼭꼭 사고 싶었던 핸드드립 커피세트로 맞이하는 커피 향 가득한 주말 아침. 적막함도 때론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순간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 달처럼 떠있는 내 맘에 꼭 드는 전등. 다시 새겨보는 앞으로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들의 설렘. 오늘도 기다렸던 세상 반가운 택배 알림 문자 정도랄까.
찾고자 하면 차고 넘치는 게 행복이다. 누리자 이 처음의 기쁨과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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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8일 화요일. 어느 저녁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