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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Jan 03. 2019

재스퍼 모리슨을 다시 만나다.

서울일기



서울 공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차다.

늘 뉴욕에서 올 때는 체감상 다른 점이 없어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오니 세상 매일 이렇게 양볼이 얼얼하게 추울 수가 없다. 잔뜩 옷을 껴입고 반가운 이와 함께한 오늘, 드디어 Piknic에 다녀왔다. 이전의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도 정말 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바뀐 제스퍼 모리슨의 전시도 좋았다. 제스퍼 모리슨의 전시는 재작년 베를린 Bauhaus에 방문했을 때에 보았던 전시방법과 큐레이션이 거의 같아 보일 정도로 — 작품, 동선, 조명의 세기, 인테리어, 포스터 — 모두 다 비슷했고 다른 점이라면 천장의 높이가 한국의 전시가 좀 더 낮아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점, 하얀 콘크리트 벽과 바닥이 제스퍼 모리슨 작품의 전반적 따뜻한 느낌과 살짝 이질감을 이루는 점이 아쉽다기 보단, 이런 게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리소스의 차이인가 싶었다.


그의 회고전은 아니었지만, 베를린전을 이미 봤음에도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한 이번 서울전은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느낌에 또 다른 기억과 이야기로 추억될 것 같다. 이토록 따뜻한 공간에 좋은 사람이 여전히 그대로 인 것도 좋았고, 예쁜 것들 투성인 이 곳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그리고 '남산 돈가스' 간판은 너무 선명히 기억될 것 같다.


'평범한 것에 녹아있는 아름다움', '평범한 것을 다르게 보려는 작가의 노력', 의자 밑 공간에 숨겨진 '사려 깊음'에 감탄하며. 나의 오늘이 이렇게 또 지나간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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