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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Jul 20. 2019

별과 같은 마음.

하루일기



(7월에 다시 꺼내보는 1월의 마음, 생각들)



어제 그제는 잠깐 파란 하늘 보여주더니만, 다시 미세먼지로 가득 찬 서울 밤이다.
새벽부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배달 자장면과 찍먹 탕수육을 거의 마시다시피 한 후, 지금은 집에서 잠시 홀로 고요한 밤의 적막을 느끼고 있다. 예쁘다, 예쁘다 — 야경이 너어무 예뻐서 사진이나 좀 찍어 두자 하는 맘에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다가, 타임랩스면 더 예쁘겠다! 싶은 맘에 핸드폰은 한 곳에 놔두고, 나는 나대로 뭔가 작정한 듯이 서울 밤을 한참 구경 중인 — 정말 목적도 이유도 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는 숨의 시간들. 

서울 아파트들의 묘미라면 (특히 그 시간이 밤이라면) 건너동 아래, 옆집들이 의도치 않게 보인다는 것 아닐까. 방금 불을 켠 집부터, 뉴스 보고 있는 집, 조명이 예쁜 집, 넓게 튼 창으로 석촌호수 바라보며 스트레칭과 함께 전화받는 아저씨(가 압권이긴 했다)까지. 지극히 평범한 풍경인데 의도치 않게 훔쳐보게 되니 색다르고 별 쓸데없는 생각까지 모아 모아서 하게 된달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 중, 기록하고 싶었던 생각하나는 — 미세먼지 가득 찬 서울 밤이라도 야경은 여전히 예쁘다. 먼지에 가려 혹은 그 무엇에 가려 지금 이 순간에 보이지 않는 별을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을 뿐, 그 별은 이유도 목적도 없이 그냥 거기 어딘가 반짝이고 있을 거니까. 앞으로 내가 가진 무엇이, 내가 원하는 무엇이, 수만 가지 이유에 가려 반짝이지 않더라도 그런 별과 같은 마음과 정신이면 되겠지 싶었다.

2019년 1월 19일, 오늘, 동생이 결혼을 했다. 동생은 예뻤고, 부모님은 기뻐하셨고, 십수 년 만에 보게 된 사촌동생은 초등학생에서 갑자기 성인 되어 나타났다. 동생도 별과 같은 마음으로, 늘 꽃을 보며 살 수는 없겠지만, 늘 꽃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지니려 노력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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